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부고 소식을 접했을 때 온라인 메시지로 삼고빔을 보내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단체 채팅방이나 SNS 댓글 창에서 삼고빔이라는 표현이 쓰일 때마다 문제가 있다는 쪽과 없다는 쪽이 충돌하는 양상이 반복되며 10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온라인 논쟁으로 자리 잡았다.
삼고빔이 뭘까?
삼고빔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의 각 어절 앞 글자를 따 만든 축약어다. 서구권에서 부고 소식에 Rest In Peace를 줄여 R.I.P.라고 쓰는 것처럼 한국식 조의 표현을 온라인 환경에 맞게 줄인 것이라는 게 사용 찬성 측의 설명이다.
어문 규범상으로는 삼고빔보다 삼고빎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빌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에는 ㄻ 받침이 쓰여야 하므로 엄밀하게는 삼고빎 또는 삼고빕이 맞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 탄생 맥락이 문제다
삼고빔을 부적절하다고 보는 쪽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이 표현이 단순히 줄임말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고빔은 처음부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를 줄인 것이 아니라 삼가 고인의 명복을 액션빔이라는 드립에서 파생됐다는 것이 커뮤니티의 통설이다. 즉 고인의 죽음을 조롱하는 의도가 다분한 표현이 인터넷에서 크게 흥행하면서 그 줄임말이 삼고빔으로 굳어졌고 이 탄생 과정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 줄임말로 보인다고 해도 삼고빔을 접한 유족이나 고인 지인들이 조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 따라온다. 조의 표현이란 효율을 위한 것도 막역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도 아니어야 하는데 이를 축약한 삼고빔은 매우 가볍고 장난스러운 표현으로 느껴진다는 불쾌감이 다수의 반응이다.
R.I.P.와 비교하면 어떤가
반박 측의 대표 논거는 R.I.P.와의 형평성이다. R.I.P. 역시 Rest In Peace를 줄인 온라인 표현이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조의 표현으로 정착됐는데 한국어 줄임말인 삼고빔만 문제 삼는 것은 이중 잣대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반론 측은 R.I.P.는 처음부터 진지한 조의 표현의 축약어로 탄생했고 드립성 표현이 먼저 유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고빔과 탄생 맥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다. 언어의 사회성 측면에서 보면 단어의 현재 의미보다 그 단어가 사용되어 온 맥락과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논란이 10년째 끝나지 않는 이유
이 논쟁이 결론 없이 반복되는 데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그냥 나쁜 거니까 쓰지 말라는 식의 윽박지르기가 오히려 반감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왜 잘못인지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설명이 부족하다 보니 그냥 예의 없어 보인다는 인상만 남아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이다.
언어 전문가들은 조의 표현은 언어 형식 자체보다 맥락과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내가 쓰는 표현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소통의 기본 예의라는 점도 짚는다. 온라인 표현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조의를 표할 때만큼은 줄임말보다 온전한 문장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는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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