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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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치솟은 외식 물가에 지친 20~30대가 음식을 함께 주문하거나 대용량 식료품을 공동으로 구매해 나누는 '소분 모임'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한때 창고형 마트에서 대용량 생필품을 함께 사서 나누는 정도에 그쳤던 이 문화는 이제 떡볶이 배달 주문, 연어·김치 같은 신선식품 공동 구매, 편의점 도시락 소분까지 영역을 넓히며 청년층의 실질적인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411% 폭증한 소분 모임…왜 지금인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신규 생성된 소분 모임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11% 급증했다. 서울에서만 '꽃 소분 모임'이 한 해 80회 이상 열리는 등 소분 모임은 식품에서 생활 잡화·화훼류까지 품목 경계를 허물며 확산하고 있다.

폭증의 배경에는 고물가와 1인 가구 증가라는 두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있다. 통계청 기준 전국 만 25~36세 청년 4명 중 1명이 1인 가구로 살고 있으며 이들은 대형마트에서 대용량 제품을 사기엔 소비 여력이 부족하고 편의점 소포장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다. 이 간극을 소분 모임이 파고든 것이다.

 

코스트코에서 엽떡까지…진화하는 소분 문화

소분 모임의 진화 경로는 뚜렷하다. 초기에는 코스트코에서 대용량 세제나 냉동식품을 함께 구매해 비용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당근 채팅방을 중심으로 연어·삼겹살·김치 등 신선식품으로 품목이 확대됐다.

최근에는 배달 앱에서 최소 주문금액을 채우기 위해 이웃끼리 함께 주문하는 '배달 소분'까지 등장했다. 혼자 시키면 배달비·최소주문금액 부담이 크지만 두세 명이 한 번에 주문하면 1인당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특히 최소 주문금액이 높은 분식 전문점을 중심으로 이 방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소분 수요' 반영

소분 트렌드는 유통업계의 상품 전략도 바꾸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1인 가구 소비 수요를 겨냥해 소포장 신선식품 라인을 잇달아 늘리고 있으며 관련 상품 카테고리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24도 올해 들어 알뜰형 생필품 소포장 상품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공동구매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206억 달러로 추산되며 2034년까지 연평균 7.6%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체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짠테크'·'거지맵'과 연결된 절약 생태계

소분 모임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문화가 아니다. 8000원 이하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거지맵', 카드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짠테크'와 함께 고물가 시대 청년층의 절약 생태계를 이루는 한 축이 됐다.

오픈서베이의 청년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1인 가구의 식품 구매 패턴은 이미 직접 조리 비중이 늘고 간편식 이용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소분 모임은 이 같은 흐름에서 '혼자 사기엔 많고 버리기엔 아까운'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해결하는 방식으로 기능한다.

한 소비문화 연구자는 "소분 모임의 확산은 고물가라는 외부 충격이 소비 단위와 공동체 인식을 동시에 변화시키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 흐름은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맞물려 쉽게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