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주말 이른 아침, 관악산 서울대 공학관 입구 등산로에 20~30대 젊은이들이 줄을 섰다. 정상 연주대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날도 생겨났다. 이른바 개운산행(開運山行) 열풍이다.
개운산행 뜻은 운을 트이게 하기 위해 산에 오르는 행위를 말한다. 올해 1월 방영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역술가 박성준 씨가 "운이 안 풀릴 때는 관악산에 가라"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해당 장면이 SNS로 빠르게 퍼지면서 관악산은 2030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방송 이후 한 달간 온라인상 관악산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58% 증가했다. 하이퍼 로컬 플랫폼 당근에서도 같은 기간 등산 관련 모임에 합류한 2030 이용자가 전년 대비 418% 급증했고 관악산 관련 모임 일정도 18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개운산행 열풍은 소비 데이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18일까지 한 달간 등산 관련 검색량이 1만 1천 건 이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품목별로는 등산화 170%, 고글 189%, 등산가방 60%가 각각 늘었다. 벌룬핏 트레이닝 바지 검색량은 전년 대비 32배 이상, 카프리 레깅스는 361% 급증했다.
실제 구매로도 이어졌다. 같은 기간 아웃도어 관련 거래액은 137% 증가했고 바람막이와 기능성 반소매 거래액도 각각 77%, 103% 뛰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러닝, 발레에 이어 올봄 등산까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며 "등산 관련 기획전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수지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개운산행 명소로 관악산 외에도 아차산, 북한산, 인왕산 등 수도권 주요 산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다. 관악산 정기가 강하다는 입소문에 이어 각 산의 특성에 맞는 기운 설명이 SNS를 통해 유통되는 식이다.
등산 초보자도 접근하기 쉬운 코스가 2030 유입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악산의 경우 서울대 공학관 입구에서 연주대까지 약 85분이면 오를 수 있어 등산 경험이 없는 청년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현장 가이드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개운산행 열풍의 본질을 청년층의 심리적 피로감에서 찾는다. 고물가·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고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상황을 바꾸기 어렵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운과 기운이라는 외부 요소에 기대 위안을 얻으려 한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개운산행을 경험한 2030 사이에서는 "운이 정말 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땀을 흘리고 나니 머릿속이 비워진 느낌", "정상에 서니 내가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겼다"는 반응이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도 등산 자체의 효과에 주목한다. 걷기와 유산소 운동이 결합된 등산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운을 바라는 마음이 출발점이 됐더라도 산에 오르는 행위 자체가 심신 안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개운산행은 단순한 일회성 트렌드를 넘어 2030의 새로운 주말 문화로 정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그재그의 4월 집계에서도 등산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세를 유지했다. 초기 급등에 비하면 다소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아웃도어 업계는 이 흐름에 발맞춰 2030 감성을 자극하는 신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기능성을 유지하면서도 플라워 프린트, 파스텔 컬러 등 패셔너블한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이 특히 20대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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