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리아즈 효경 인스타그램
사진=아리아즈 효경 인스타그램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K팝 걸그룹 산업의 어두운 이면이 전직 아이돌의 입을 통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아리아즈(ARIAZ) 출신 멤버 효경이 유튜브 채널 'HYOKEY'를 통해 그룹 활동 당시 겪은 불합리한 현실을 공개하면서 업계 전반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효경은 영상에서 "일부 그룹의 센터 자리는 실력이나 인기와는 무관했다"며 "기획사 대표와 교제 중인 멤버가 해당 자리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그룹명과 기획사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소규모 기획사에서는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덧붙여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센터 자리 문제 외에도 효경은 불투명한 정산 구조를 직접 겪은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2년 반 동안 활동하고 처음 받은 정산서에는 수익이 아닌 빚만 적혀 있었다"며 "소속사는 데뷔 전 트레이닝 비용은 물론 의상비, 숙소비, 식비까지 전부 우리 빚으로 계산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선지급 비용 전가 방식은 중소 기획사에서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관행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표준전속계약서를 마련하고 이후 수차례 개정했지만 계약서 적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에 머물러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효경은 외부 활동 기회도 소속사에 의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 출연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소속사가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거절했다"며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돌은 직업이 아니라 소유물처럼 취급받는다는 걸 활동하면서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내용을 공개해야 하나 오래 고민했지만 나 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는 것이 더 싫었다"고 폭로 결심 이유를 밝혔다.

효경은 2019년 10월 스타제국 산하 라이징엔터테인먼트 소속 6인조 걸그룹 아리아즈 멤버로 데뷔했다. 데뷔 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에 출연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멤버 학교폭력 논란 등이 겹치며 결국 2022년 4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효경의 발언은 올해 초 또 다른 전직 아이돌의 폭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앞서 2월에는 그룹 러스티 출신 송채아가 유튜브 채널 '원마이크'를 통해 소속사 대표로부터 인터넷방송 출연을 강요받고 수익 정산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송채아는 "숨만 쉬어도 빚이라고 했다"며 "계약서상 수익 분배 비율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사례 모두 소규모 기획사 소속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기획사와 달리 소규모 기획사는 표준계약서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체계 자체가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효경의 폭로 영상은 공개 직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누리꾼들은 "센터 배치까지 그런 방식으로 결정됐다는 게 충격적이다", "팬들이 열심히 응원했는데 결국 그런 구조였다니 배신감이 든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표준전속계약서 의무화 및 정산 투명성 강화를 위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