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5월 8일 어버이날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올해는 대체 뭘 드려야 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되고, 결국 현금 봉투를 쥐어드리며 "내년에는 좀 더 특별하게"라고 다짐하는 패턴이 반복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부모님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 자녀가 준비하는 것 사이에 해마다 비슷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롯데멤버스가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전국 20~6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부모 응답자가 어버이날에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용돈(70.8%)이었다. 2위 이하와의 격차가 압도적이었으며, 뒤이어 의류(25.1%), 여행·관광상품(24.3%), 건강식품(22.1%), 카네이션(16.7%) 순으로 집계됐다.
자녀 응답자 역시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 1위로 용돈(83.9%)을 꼽았다. 그러나 2위부터 양쪽의 시선이 갈리기 시작한다. 자녀 쪽에서는 건강식품(52.1%)이 2위를 차지한 반면, 부모 쪽에서 건강식품은 4위(22.1%)에 머물렀다. 자녀의 3위는 의류(32.5%), 4위는 건강가전용품(20.1%), 5위는 여행·관광상품(16.9%)이었다.
한마디로 자녀는 부모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홍삼이나 영양제 같은 품목을 고르지만, 부모님 본인은 입을 수 있는 옷이나 함께 떠나는 여행을 더 원한다는 뜻이다. 이런 인식 차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어, 선물을 고르기 전 부모님께 직접 한 번 여쭤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같은 조사에서 어버이날 선물이나 용돈을 드릴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56.8%를 차지했다. '특별한 계획이 없다'는 26.6%, '함께 시간만 보낼 예정'이라는 답변은 16.7%였다.
예산 규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설문 기준 어버이날 용돈·선물 평균 예산은 29만원으로, 그 전해(37만원)보다 약 8만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에게는 평균 30만원, 부모에게는 평균 27만원을 계획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롯데멤버스 측은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지속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올해도 경기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만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산이 줄었다고 해서 정성까지 줄일 수는 없는 법이다. 올해 유통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략은 '용돈에 한 가지 더'를 얹는 조합형 선물이다. 현금 봉투만 건네기보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품목을 더해 감동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10만원 이하 예산이라면 감사 메시지를 담은 용돈 박스나 손편지 세트를 곁들이는 것이 올해의 대표적인 추천 조합이다. 실제로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 용돈 박스·감사 카드 패키지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하나의 시즌 트렌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0만~30만원 구간에서는 용돈과 함께 부모님이 직접 입을 수 있는 계절 의류나 가벼운 워킹화를 더하는 방식이 호응을 얻고 있다. 앞서 설문에서 부모님이 원하는 선물 2위가 의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기능성 골프웨어나 편한 등산화 등 부모님의 취미 활동과 연결 짓는 것도 방법이다.
30만원 이상 여유가 있다면 당일치기 효도 여행이나 호텔 식사권, 트로트 콘서트·뮤지컬 공연 티켓 등 경험형 선물이 추천 목록 상위에 오른다. 부모님이 원하는 선물 3위가 여행·관광상품이었다는 조사 결과는, 물건보다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부모 세대의 달라진 감성을 잘 보여준다.
건강 가전 분야에서는 스마트워치가 새로운 효도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박수 측정, 수면 패턴 분석, 낙상 감지, 응급 호출 기능 등을 갖춘 갤럭시워치 FE나 애플워치 SE 모델이 대표적이다. 부모님 세대 사이에서도 "주변 친구들이 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닌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수요가 확산되는 추세다. 로봇청소기나 무선 종아리 마사지기 등 관절 부담을 덜어주는 소형 가전 역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카네이션 시장도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생화 카네이션은 한 묶음(20송이) 기준 7,500원대부터 구입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레터링 플라워백이나 카네이션 포트박스, LED 무드등 유리돔 등 디자인 상품이 1만7,000원에서 4만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출시되고 있다. 사전 예약 시 3,000~5,000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꽃집도 늘어나, 미리 준비하면 비용을 아끼면서도 차별화된 선물을 마련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센스 있는 어버이날 준비는 가격표에 있지 않다. 수십만원짜리 선물이 아니더라도, 평소 나누지 못했던 안부 전화 한 통, 식사 한 끼를 함께하는 시간이 부모님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다는 것은 해마다 설문 결과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사실이다. 예산이 넉넉하든 빠듯하든, 부모님이 진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여쭤보는 것에서 효도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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