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7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오히려 급등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추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시장 전체의 열기와 개별 종목의 냉정한 평가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증권사에서 발행한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는 총 20건에 달했다. 대부분 기존 '매수'에서 '홀드(중립)' 또는 '트레이딩바이(단기매수)'로 낮추는 형태로,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을 반영한 조정 성격이 짙다.
하향 대상에는 대우건설과 대한해운을 비롯해 SK하이닉스, LG화학, 농심, 현대위아, 시프트업, 금호타이어, 세아베스틸지주, 에이플러스에셋, 대한항공, 팬오션,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포함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 인카금융서비스, 네오위즈 등의 투자의견이 낮아졌다. 이 가운데 대우건설과 대한해운은 각각 2건씩 하향 리포트가 나오며 가장 빈번하게 지목됐다.
대우건설 주가는 올 들어 880%가 넘는 폭등세를 기록했다. 원전 수주 기대와 미국·이란 전쟁 후 중동 재건 사업 참여 가능성이 겹치면서 주가가 수직 상승했지만,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나란히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2026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4배에 달한다"며 "지금은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주가 수준이 2007년 중동 사이클 당시 멀티플 상단을 웃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건설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의 원전 모멘텀은 이벤트성이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에 기반한 흐름"이라며 "수주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커지고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M그룹 계열 해운사인 대한해운도 미·이란 전쟁에 따른 해상 운임 상승 기대와 북극항로 관련 테마로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미 긍정 요인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판단 아래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보수적 시각도 눈길을 끈다.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가에서 SK하이닉스에 매수가 아닌 의견을 제시한 것은 약 9개월 만이다. 이 연구원은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으로 사상 최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 40조원 이상을 기대하던 시장 분위기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추론용 AI 주기가 후반부에 진입하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HBM4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성장 동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올바이오파마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파트너사 이뮤노반트가 진행한 갑상선안병증(TED) 치료제 후보물질 '바토클리맙'의 임상 3상 두 건이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상업화의 길이 막혔다. 이에 DS투자증권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매도' 의견을 제시하며, 그동안 임상 기대감으로 올라온 주가가 실제 기업 가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반의 과열 논란도 함께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월 29일 기준 코스피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7.7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14배로 집계됐다. 작년 저점(코스피 2293.70, PER 12.02배, PBR 0.80배)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GDP로 나눈 이른바 '버핏지수'는 238.84%에 이르러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통상 100%를 넘으면 고평가, 120% 이상이면 과열로 해석하는 이 지표에서 한국 증시는 일본(186.53%)과 중국(71.08%)을 넘어 미국(227.95%)마저 추월한 셈이다. 미국 투자분석 플랫폼 구루포커스는 한국 주식시장을 '매우 고평가'된 상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빚을 내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2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5조6895억원으로 집계되며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주식거래활동계좌수도 1억499만3396개로 올해 초 대비 6.76% 급증했다.
반면 현재의 랠리가 과열이 아니라 펀더멘털에 기반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이 6000조원을 넘어섰지만 PBR 측면에서 고평가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한국 반도체가 AI 산업 재편의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이익 전망치가 유례없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는 점도 낙관론의 근거로 제시된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안정성이 결국 불안정성을 낳는다"는 경구가 떠오르는 시점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장밋빛 전망이 지배하는 지금, 증권가 한편에서 들려오는 하향 조정의 목소리가 시장의 건강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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