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천군
사진=연천군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올해로 33회를 맞은 연천 구석기 축제가 5월 2일 개막했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유적 일원에서 5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이번 축제는 '문명을 문화로, Welcome to Yeoncheon'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역대급 규모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연천 구석기 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2026~2027 문화관광축제'로, 8년 연속 문화관광축제에 이름을 올린 연천의 대표 브랜드 행사다. 지난해 제32회 축제에는 총 6만 6562명이 방문했으며, 유료 입장객은 약 4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130퍼센트 증가한 바 있다. 방문객의 83.2퍼센트가 타 시군에서 찾아온 것으로 나타나 광역 관광 축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

축제가 열리는 전곡리 유적은 단순한 행사장이 아닌, 세계 구석기 역사를 새로 쓴 고고학적 현장이다. 1978년 당시 동두천 주둔 미공군 하사관이었던 그렉 보웬이 한탄강변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발견하면서 세계 학계에 알려졌다. 이 발견은 "주먹도끼는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출토되며, 동아시아는 문화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기존 학설을 완전히 뒤집은 사건이었다. 약 30만 년 전 한반도에도 높은 수준의 구석기 문화가 존재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 가치를 바탕으로 탄생한 구석기 축제는 보는 행사가 아닌 온몸으로 체험하는 축제를 표방한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구석기 바비큐다. 긴 나무 꼬치에 고기를 꽂아 대형 화덕에서 직접 구워 먹는 체험으로, 1인 4000원이면 원시인의 식사를 재현할 수 있다.

불 피우기 체험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돌과 나무를 이용한 보우드릴 방식으로 불씨를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구석기 활 서바이벌, 구석기 올림픽, 전곡리안 의상실에서의 원시 복장 체험,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구석기 보물찾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올해 축제의 또 다른 백미는 해외 8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구석기 체험마당이다. 프랑스 사피엔스 오리진의 선사시대 페이스 페인팅, 오스트리아 티롤 구석기 생존학교의 호박 목걸이 만들기, 스페인 아따푸에르카의 선사시대 마야리 체험, 대만 십삼행박물관의 낚시와 조개 공예, 독일 아칸도의 산수유 씨앗 팔찌, 일본 동북예술대학의 석기 사용 워크숍, 네덜란드의 로프 팔찌 만들기 등이 운영된다. 단순 전시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들고 몸으로 배우는 구성이어서 아이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 어른들에게는 색다른 문화 경험이 된다는 평가다.

먹거리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됐다. 5월 3일과 4일 이틀간 진행되는 '구석기 흑백 바비큐 미식전'에는 TV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출연진인 조광호 셰프와 김병묵 셰프가 참여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선착순 1000명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셰프들이 구석기 콘셉트에 맞춰 선보이는 특별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공연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축제 전날인 5월 1일 저녁에는 전곡역 광장에서 제1회 구석기 연천군민 노래자랑이 전야제로 열렸다. 첫날인 2일에는 전곡랜드 카니발 거리 공연과 전국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가 진행됐고, 3일에는 가수 신현희와 로체가 출연하는 스페셜 무대가 마련됐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어린이날인 5월 5일 프로그램이다. 오전 11시부터 마술과 서커스 공연이 펼쳐지고, 저녁 6시 30분부터는 백아연, 올아워즈, 김용빈, 신해솔 등 인기 가수들의 군민화합 특별공연이 이어진다. 밤 8시에는 드론쇼와 불꽃놀이가 전곡리의 밤하늘을 수놓으며 4일간의 축제를 마무리한다.

이번 축제에는 미래를 향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행사장 내에 설치된 '2029 연천 세계 구석기 엑스포 홍보관'에서는 나만의 네오 전곡리안 캐릭터 만들기, 주먹도끼를 디지털 아트로 구현한 아슐리안 인터랙션, 비전 스튜디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연천군은 2029년 세계 최초의 구석기 엑스포 개최를 추진 중이며, 올해 3월 기획재정부 정책성 평가 대상 사업에 선정돼 첫 관문을 통과한 상태다.

3일에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 콘텐츠를 통해 인류의 시간과 문명을 조망하는 '전곡선사 AI 시네마 로드'가 열리고, 4일에는 '연천 구석기 축제와 세계 선사문화 체험의 현재'를 주제로 대중 포럼도 개최된다. 전곡선사박물관, 방문자센터, 토층전시관, 보이는 수장고도 함께 개방돼 축제를 하루 코스 역사 여행으로 확장할 수 있다.

입장료는 일반 7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3000원이다. 일반 입장권 구매 시 5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입장권 구매 시 3000원의 연천사랑상품권이 지급돼 사실상 지역 소비로 환원되는 구조다. 연천군민,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36개월 미만 유아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오후 6시 이후에는 누구나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반려견 동반 입장도 허용된다.

교통 편의를 위해 축제 기간 중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1코스는 전곡역에서 축제장과 전곡 전통시장을 거쳐 전곡역으로 돌아오며, 2코스는 전곡역과 전곡선사박물관 사이를 왕복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5분에서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별도의 시티투어 버스도 연천역을 출발해 재인폭포와 전곡시장, 전곡선사박물관을 거쳐 축제장으로 이동하며 요금은 1만 원이다.

연천군 관계자는 "구석기 축제는 연천의 정체성과 미래 전략을 동시에 담은 행사"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연천이라는 이름 자체를 널리 알리고, 2029 세계 구석기 엑스포로 이어지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축제에 관한 문의는 전화 070-7733-0390 또는 카카오톡 플러스 채널을 통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