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관악산 정상부 감로천 일대가 등산객이 버린 라면국물과 일회용 쓰레기로 오염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온라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마당바위 래커 낙서에 이어 또다시 불거진 훼손 사례에 관악구와 경찰이 합동 단속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관악산 감로천 인근 웅덩이가 빨갛게 물든 사진 한 장이 빠르게 퍼졌다. 사진 속 웅덩이에는 라면국물과 면 찌꺼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주변에는 아이스크림 포장지와 휴지 등 일회용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해당 사진을 처음 공유한 이용자는 "관악산 정상에서 감로천에 라면국물과 쓰레기를 버린 인간들, 정말로 진정한 쓰레기답네요"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 게시물은 수 시간 만에 수천 건의 공유를 기록하며 네이트 뉴스, 매일경제 등 주요 매체에서도 잇달아 보도됐다.
감로천은 관악산 등산로 중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샘물 지대로, 등산객들 사이에서 목을 축이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자연 수원지가 라면국물로 오염됐다는 사실에 온라인 반응은 거셌다.
네티즌들은 "범인을 잡아서 문화재 복구 비용을 물어내게 해야 한다" "정기 받으러 갔으면 곱게 행동해야지" "이런 무개념들 때문에 국립공원에서 발열팩까지 반입을 금지하는 것"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관악산 인기 많아진 후로 민폐 등산객 때문에 동네 피해가 늘고 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관악산이 최근 이른바 '정기 맛집'으로 급부상한 배경에는 방송이 있다. 지난 1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역술가 박성준씨가 "운이 잘 안 풀릴 때 관악산에 올라가면 좋은 기운이 열린다"고 발언한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방문객이 폭증했다. 한경닷컴에 따르면 네이버 검색량 기준 '관악산' 검색 건수는 지난해 2월 약 2만7300건에서 올해 2월 7만8700건으로 3배 가까이 뛰었고, 3월에는 11만9000건까지 치솟아 전월 대비 약 51퍼센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관심도 지수가 방송 직후 100점 만점을 기록했다.
문제는 단기간에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과 환경 양쪽에서 부작용이 동시에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1일 과천시는 "봄철 산행객 증가로 등산로가 혼잡하니 앞사람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무리한 산행을 자제해 달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고, 관악구도 같은 날 유사한 안전 안내 문자를 내보냈다.
관악산은 지형적으로 좁은 등산로와 가파른 바위 구간이 많아 등산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낙상과 충돌 사고 위험이 크다. 채널A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폭 약 1미터 남짓한 탐방로에 인파가 겹겹이 들어차 오르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이 뒤엉키는 상황이 반복됐다. 연주대 인근에서는 등산로가 완전히 막히는 구간도 발생해 "앉아서 무게중심을 낮추라"는 현장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4년 등산사고 통계를 보면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총 9172건의 등산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2509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특히 4월은 전월 대비 사고 증가 폭이 가장 큰 달로, 3월 634건에서 4월 947건으로 313건이 급증했다. 사고 원인 중 실족이 2657건으로 29퍼센트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서울시 자체 집계에서도 지난해 서울 지역 산악사고가 1598건에 달했으며 실족과 추락이 전체의 40.1퍼센트를 차지했다.
환경 훼손도 라면국물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관악산 제1등산로 사당역~연주대 구간의 명물인 마당바위에 "너희에게 줄 관악산 운발은 없다 메롱"이라는 내용의 노란색 래커 낙서가 발견돼 공분을 샀다. 관악구청은 즉시 복원 작업에 나서 대부분의 낙서를 지웠지만, 암석 표면에 화학 약품이나 연마기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원상 복구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관악구는 서울 관악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경찰은 현장에 경고 현수막을 설치했다.
법적으로 관악산 일대는 서울시가 관리하는 도시자연공원에 해당한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원시설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신고 절차를 통해 환경오염 행위에 대한 시정 명령이나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악산 일대에 대한 순찰 인력과 안내 표지판을 확대하고, 쓰레기 되가져가기 캠페인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악구는 올해 들어 등산 성수기를 앞두고 관악산 심폐소생술 체험장 운영 등 안전 교육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으며, 국립공원 기본통계 기준 심정지로 인한 돌연사 비율이 50퍼센트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현장 응급대응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악산 사태가 특정 명소의 일시적 유행이 빚어낸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방송과 SNS를 통해 단기간에 탐방 수요가 폭증하면 기존 인프라와 관리 인력으로는 안전과 환경을 동시에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악산이 '정기 맛집'을 넘어 '쓰레기 맛집'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 현실은 인기 관광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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