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국내 최초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가 오는 22일 증시에 상장된다. 반도체 주도 장세 속에서 '2배 수익'이라는 달콤한 기대감에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악마 같은 음의 복리를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나올 때 무조건 사야 한다"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과연 이 상품은 사야 하는 것일까, 말아야 하는 것일까.
사전교육 8500명 돌파, "무조건 산다" 열기 과열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사전교육에 지난 3일까지 8525명이 신청했다. 이 중 7782명이 수료를 완료했다.
사전교육은 지난달 28일 개설됐는데, 첫날에만 2056명이 몰렸고 1654명이 당일 수료했다. 일주일도 안 돼 8500명을 넘긴 것은 이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가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준다.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모든 종목 팔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2배 ETF에 다 넣겠다"는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상장일에 매수 안 하면 후회한다"는 식의 게시물도 줄을 잇고 있다.
홍콩 상품 수익률 270~298%, 기대의 근거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CSOP 삼성전자 데일리 2X 레버리지'와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의 6개월 수익률은 4월 28일 기준 각각 270%, 298%에 달했다. 반도체 업황 호조 속에서 두 종목의 주가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결과다.
4월 한 달간만 봐도 삼성전자는 31.28%, SK하이닉스는 51.43% 올랐다. 이 상승분을 2배로 추종했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60~100% 이상의 수익률이 가능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셈법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코스피200 같은 지수 기반 레버리지 상품만 출시할 수 있었다. 개별 종목 하나를 기초로 한 레버리지 상품은 규제로 막혀 있었고, 이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홍콩이나 미국 시장을 찾아야 했다.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과 시차 문제까지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이러한 해외 유출 자금을 국내로 되돌리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20% 빠졌다 20% 오르면 본전? 아니다, 16% 손실"
문제는 이 상품의 구조적 위험이다. 레버리지 ETF는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장기 누적 수익률의 2배가 아니다. 이 차이가 투자자들에게 치명적 함정이 된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하루 20% 하락한 뒤 다음 날 20% 상승했다고 가정하면, 일반 상품은 100만 원이 80만 원으로 떨어졌다가 96만 원으로 회복돼 4% 손실로 끝난다. 그러나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같은 상황에서 100만 원이 60만 원까지 떨어진 뒤 84만 원으로 회복된다. 16%의 손실이다. 기초자산은 거의 원점에 돌아왔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의 84%만 남는 것이다.
시장이 오르내리기를 반복할수록 이 '음의 복리 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격이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경우 투자금이 녹아내리는 음의 복리 효과를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NH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 투자자 중 손실을 보고 있는 비율은 지난 3월 23일 기준 99.99%에 달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테슬라 2배 레버리지 ETF인 TSLL의 5년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 34%로, 같은 기간 테슬라 주가 자체는 300% 이상 올랐음에도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는 오히려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레버리지 투자자 10명 중 4명만 수익
금융감독원이 올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레버리지·인버스 등 고위험 ETF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 중 수익을 낸 비율은 58.8%에 그쳤다. 일반 ETF 투자자의 수익 비율인 79.9%에 비해 21.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금감원은 지난 3월 18일 별도의 투자 경고를 발표하며 "하루 최대 60% 손실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두 달간 레버리지·인버스 ETP 사전교육 수료자만 약 29만9896명에 달할 정도로 고위험 상품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20대 투자자의 절반 이상인 52.7%가 고위험 ETF 투자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젊은 층의 과도한 위험 추구 성향도 문제로 지목된다.
금융당국, 보호 장치 강화했지만 충분할까
금융당국은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한층 강화된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적용했다. 우선 해당 상품에는 'ETF'라는 명칭 사용이 금지된다. 대신 '단일 종목', '레버리지', '인버스' 등 상품 특성이 명확히 표기된다.
투자를 위해서는 총 2시간의 사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기존 레버리지 상품 투자 시 필요한 1시간 교육에 더해, 음의 복리 효과·지렛대 효과·괴리율 위험 등 핵심 리스크를 다루는 심화 교육 1시간이 추가됐다. 기본 예탁금 1000만 원 예치도 필수 요건이다.
다만 2시간 교육이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육 이수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으려면, 투자자 스스로 보유 기간과 손실 한도를 명확히 정해두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채권혼합 ETF라는 선택지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성은 부담스럽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는 다른 선택지도 있다.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5%씩, 나머지 50%를 단기 국고채 등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구조다.
이 상품은 지난 2월 26일 상장 이후 국내 채권혼합형 ETF 중 최단 기간인 14영업일 만에 순자산 5000억 원을 돌파했다. 5월 1일 기준 순자산은 1조4841억 원까지 성장했다. 총 보수가 연 0.01% 수준으로 극도로 낮고, 개인형퇴직연금(IRP)이나 DC형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편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위험자산에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는 제한이 있는데, 이 상품은 비위험자산으로 분류돼 나머지 30% 안전자산 한도 내에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이 상품의 인기에 힘입어 삼성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도 유사 구조의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전문가들의 조언, "단기 전술 도구로만 활용하라"
전문가들은 2배 레버리지 ETF를 장기 투자 수단이 아닌 단기 전술 도구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기 투자보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며 "레버리지 상품은 진입 시점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게 나는 만큼 급락 구간에서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운용사별로 기초 종목이 2개로 제한되면서 투자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 상품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상승 추세가 뚜렷한 구간에서 짧게 진입하고 빠지는 전략이라면 유효할 수 있지만, "무조건 사서 들고 있겠다"는 접근은 과거 수많은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걸어간 손실의 길과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 투자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며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숙련된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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