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한창 활발해야 할 아이를 환자로 모는 게 아닌가." 세종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을 대상으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선별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교육 현장과 학부모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세종 지역 19개 초등학교의 1·4학년 3400여 명을 대상으로 정서·심리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 중이다. 교육청 단위의 ADHD 전수조사는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1차 검사는 학부모 체크리스트 설문으로 진행된다. 아이의 평소 행동을 부모가 직접 체크하는 방식으로 관심군을 가려낸 뒤 세종학생정신건강센터와 의료기관에서 2차 정밀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다. 검사 결과 치료가 필요한 학생에게는 1인당 최대 200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세종교육청은 학부모 동의를 전제로 진행하고 결과는 비공개로 관리하며 생활기록부나 학생 평가에 활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 학부모의 4.8%가 설문 응답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검사 자체보다 그 결과가 아이에게 어떤 꼬리표를 남기느냐다. 세종 지역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결과에 따라 주변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까봐 그게 가장 걱정이고 부모 입장에서는 가장 예민한 개인정보일 수 있는데 이 데이터가 나중에 아이에게 꼬리표가 될까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현장 교사들도 회의적이다. 세종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런 전수검사 방식이 다른 교육청에서 무산됐던 것은 그만한 위험성과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상담교사 단체는 학생 교육권과 인격권 침해를 우려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권익위원회에도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진정이 접수된 상태다.
의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료 전문가들은 "1차 검사에서 기준 점수보다 훨씬 높게 나와도 실제 ADHD로 진단되는 비율은 30~40%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학부모 체크리스트만으로 아이를 관심군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비전문적이고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도 2011년 초·중·고 전학년을 대상으로 ADHD와 우울증 전수검사를 추진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과 반발로 결국 백지화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전문의 판단 없이 설문지만으로 질환 여부를 판정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세종시교육청은 올해 첫 시범 사업인 만큼 운영 과정에서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기 발견과 지원이라는 취지와 낙인 효과 및 인권 침해 우려 사이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