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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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 산업과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익의 일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가칭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하면서 정치권과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발언은 AI 인프라 확대의 과실이 특정 기업과 계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야권은 즉각 반시장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실장은 12일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라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하며, 그 원칙에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대의 초과이윤이 속성상 소수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기업 주주와 핵심 엔지니어, 수도권 자산 보유자처럼 생산자산에 접근한 계층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큰 수혜를 누릴 수 있지만, 상당수 중간층은 제한적인 간접효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인식이다.

김 실장은 이런 구조적 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참고 사례로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를 들었다. 노르웨이가 1990년대 석유 수익을 적립하고 그 운용 성과를 사회 전체에 환원하는 구조를 설계한 것처럼, 한국도 AI 시대의 초과이익 일부를 제도적으로 환원하는 모델을 논의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AI 전환 교육비 지원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교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민배당금 논의는 공허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그럼에도 아무런 원칙 없이 초과이익을 흘려보내는 것 역시 무책임한 선택일 수 있다며, 적어도 분배 원칙에 대한 공론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반응은 즉각 엇갈렸다. 야권은 이를 기업의 정당한 성과를 사회적으로 환수하려는 포퓰리즘이자 사실상의 횡재세 구상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이번 발언이 기업 이익을 재분배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악스러운 반시장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야권 인사들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나 공산주의적 사고방식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정책실장 경질을 요구했다.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데일리는 야권이 김 실장의 발언 이후 증시가 급락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고, 조선일보는 블룸버그가 코스피 장중 급락 배경 중 하나로 이 제안을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발언과 시장 변동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가능하다. 실제 정책안이 구체화된 단계가 아니라 원칙 차원의 문제제기에 가깝고, 시장 급락에는 대외 변수와 투자심리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는 AI 산업 발전의 성과를 누가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생산성 혁신의 열매를 기업 투자와 기술 혁신의 보상으로 볼지,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인프라의 산물로 보고 일부를 환원할지에 따라 향후 정책 논쟁의 방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이번 제안은 아직 제도화 단계와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AI가 성장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는 국면에서 초과이익의 귀속과 분배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인 정책 의제로 떠올랐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