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KTX 특실 좌석을 정당하게 예매한 승객이 입석 승객으로부터 자리를 비워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폭넓은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순한 무례를 넘어 예매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로까지 번진 데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승객들의 제보가 잇달아 올라오면서 KTX 입석 제도와 승객 에티켓에 대한 논의도 함께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대구행 KTX 특실을 이용한 A씨의 경험이 공유됐다. A씨가 예약한 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자리에 먼저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이 다리가 아프다며 자리를 비워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 여성은 "입석인데 젊은 사람이 서서 가면 안 되냐"는 말로 되려 A씨를 질책했다.
A씨가 자신이 정당하게 예약한 자리라고 반박하자 여성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냉정하냐"며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A씨는 승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에야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사연이 퍼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제보가 줄을 이었다. 어린 딸을 위해 두 좌석을 예약해 이동하던 중 한 승객이 아이를 내세워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는 경험, 입석 승객이 특실 사이 공간을 무단으로 점거해 짐을 가져가려다 승무원이 절도라고 보고 방지한 사례 등이 댓글과 게시글로 이어졌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말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KTX 입석 승차권을 구매한 커플이 특실에 앉아 있는 승객에게 서로 자리를 바꿔 달라는 요구를 한 사건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승객이 거절하자 남성 승객은 "싸가지가 없다"는 욕설을 내뱉고 자리를 떠났다. 역무원이 확인한 결과 커플 모두 입석 표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TX 운영 규정상 입석 승차권을 구매한 승객에게는 좌석 이용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입석 표는 열차 탑승 자체만을 허용하는 것이며, 특실은 물론 일반실 좌석을 점유하는 것도 규정 위반이다. 이를 어기면 승무원이 즉시 퇴실을 요청할 수 있다.
이처럼 규정이 명확한데도 비슷한 분쟁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입석 표 자체의 운영 방식이 꼽힌다. 입석 표는 기차역 창구나 앱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며, 특히 명절과 연휴 직전 매진 상황에서 선택지가 없는 승객들이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열차 안에서 마땅히 서 있을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빈자리가 보이면 무단 점거하는 관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전문가와 법률 커뮤니티에서는 정당하게 예약한 좌석에 앉을 권리는 명백한 계약 권리이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민사상 청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자리를 비워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는 행위는 각박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 행사라는 점에서 이번 사연에 대한 누리꾼들의 지지 여론은 A씨 쪽으로 압도적으로 쏠린 상태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입석 승객이 일반실이나 특실 좌석을 점유하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승무원에게 상황을 알리면 즉시 조치가 이뤄진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다만 열차 안에서 해당 상황을 대면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쾌함과 심리적 부담은 여전히 승객 몫이라는 점에서, 보다 선제적인 안내와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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