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휴먼디드
사진=휴먼디드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AI가 생성한 원고를 인간 저작물로 속여 출간하는 이른바 딸깍 출판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추적해 인간 창작물임을 증명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결과물 분석 중심의 기존 AI 감지 기술과 달리 작성 행위의 과정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 저작 증명 텍스트 에디터 개발사 휴먼디드는 12일 인간의 저작물임을 검증하고 인증서를 발급하는 서비스 휴먼디드를 정식 출시했다고 밝혔다. 대표는 우정현이며 회사는 2026년 설립된 IT 스타트업이다.

기존 AI 감지 솔루션들은 완성된 텍스트를 사후에 분석해 AI 생성 여부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문체가 갈수록 인간의 글쓰기에 가까워지면서 완성본만으로는 판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휴먼디드는 이 한계를 과정 중심 추적으로 돌파하겠다는 접근을 택했다. 사용자가 텍스트를 입력하는 동안 타이핑 패턴, 수정 이력, 사고의 흐름 등을 독자적인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해당 저작물이 인간의 주체적인 사고를 통해 작성됐음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는 방식이다.

검증을 마친 저작물에는 휴먼디드 인증서가 발급된다. 창작자는 이 인증서를 통해 AI 도용 의혹으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보호할 수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원고의 신뢰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수단이 생기는 셈으로, 최근 논란이 된 부당 납본과 보상금 부정 수급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인간 저작물로 위장해 도서관 납본 제도를 악용하거나 저작권 보상금을 부정 수급하는 사례가 잇달아 문제가 됐다. 이른바 딸깍 출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AI 보조 출판의 무분별한 확산이 출판 생태계의 신뢰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입법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야 모두 AI 생성물 표기 의무화와 디지털 콘텐츠 투명성 확보를 주요 과제로 논의 중이며, 휴먼디드의 서비스는 이런 입법 기조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민간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휴먼디드는 이번 정식 출시를 기점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유관 기관에 인간 저작물 보호를 위한 정책적 제안을 이어갈 계획이다. 민간 기술 표준을 바탕으로 공공 영역과 거버넌스를 구축해 국내 출판 생태계의 신뢰도를 높이는 표준으로 자리 잡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회사는 국내 출판 시장의 신뢰 회복을 출발점으로 삼아 전 세계 창작 생태계를 보호하는 기술 표준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AI와 인간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유사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도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정현 대표는 AI 기술의 비약적 발전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품격과 주체성을 회복시키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확신으로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대에 창작자의 권리를 지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인간 저작물 인증이라는 개념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사후 분석이 아닌 실시간 과정 추적 방식으로 접근한 점은 차별화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실제 서비스 도입 여부는 출판사와 저자들이 이 인증 체계를 얼마나 신뢰하고 채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인증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오판 가능성에 대한 검증도 향후 서비스 신뢰성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