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의 5명 중 1명은 현재 거주국이 아닌 외국 출생으로, 초부유층이 갈수록 국제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부의 지형이 특정 국가에 묶이지 않고 국경을 넘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부 데이터 분석 기업 Altrata가 투자 이민 자문사 Arton Capital의 후원으로 발표한 '글로벌 시민: 기업가정신, 이동성, 그리고 초고액 자산가'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 3000만달러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UHNWI) 인구는 2030년까지 73만410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현재 대비 약 33%의 증가 폭이다.
이들의 합산 자산 규모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2025년 기준 63조달러 수준인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들의 총자산은 2030년 말까지 84조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아울러 2030년까지 약 770만 명이 5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새롭게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외국 출생 초부유층의 특징도 주목된다. 보고서는 이들의 약 79%가 자수성가형이라고 밝혔다. 기업가 활동과 상속을 병행한 경우는 16%였고, 순수하게 상속만으로 부를 형성한 경우는 5%에 불과했다. 이 데이터는 오늘날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초부유층이 수동적인 상속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부 창출자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이동성과 부 창출 사이의 연결도 보고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초고액 자산가의 17%는 현재 거주국이 아닌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을 소유하거나 지분을 보유했고, 34%는 출생국이 아닌 해외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국경을 넘는 이동이 현대적 부 형성 방식에 이미 내재된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의 부 중심지로서 위상을 유지했다.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의 약 40%인 약 20만5000명이 미국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이후의 정책 변화가 자산가 이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Arton Capital이 올해 1월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 미국 거주 고액 자산가의 33%가 트럼프 대통령 재임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미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바이는 글로벌 엘리트를 위한 젊은 부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두바이에 거주하는 외국 출생 초고액 자산가의 약 19%가 50세 미만으로, 런던과 뉴욕 등 전통적인 자산 거점과 차별화된 인구 구성을 보이고 있다.
런던은 강화된 세제와 무역 제약 등 도전 요인에도 불구하고 특히 은행과 금융 분야 종사자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보고서를 공동 기획한 Arton Capital의 아르망 아르통 CEO는 글로벌 이동성이 더 이상 부의 부산물이 아니라 부를 뒷받침하는 전략적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성공적인 인물들이 삶과 자산을 여러 국가에 걸쳐 구조화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으며, 이것이 부와 지리적 위치의 분리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투자 이민 컨설팅 기업의 후원을 받아 작성됐다는 점에서 결과 해석에 일정한 맥락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초부유층 인구의 이동성과 기업가 성향이 뚜렷하게 강화되고 있다는 방향성 자체는 최근 다수의 자산 관련 보고서에서도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흐름이다.
국가별 세제와 정치적 안정성, 교육 환경 등 거주지 선택 기준이 다변화하면서 초부유층의 이동이 향후 각국의 부 집중 지도를 얼마나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