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오는 7월 22일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이른바 ‘단통법’이 폐지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의 풍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10년 만의 제도 변화로 판매점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각종 비공식 용어, 이른바 ‘은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성지’, ‘페이백’, ‘버스폰’, ‘퇴근폰’ 등 과거 단통법 시행 이전에 활발히 쓰였던 단어들이 현장에 재등장하면서 소비자 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과도한 지원금 경쟁을 억제하고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시행된 법이다. 당시에는 제조사와 통신사, 판매점 간 지원금 구조가 불투명해 불법 보조금이 남발되자, 이를 막기 위해 ‘지원금 상한제’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과 소비자 정보 비대칭 문제가 이어졌고, 결국 정부는 2024년 말 단통법 폐지를 결정했다.
법 폐지를 앞두고 가장 먼저 주목받은 것은 이른바 ‘성지’다. 성지는 예전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하는 특정 판매점을 일컫는 은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는 “성지 부활한다”, “갤럭시 성지 가격 떴다”는 식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으며, 일부 매장에서는 실제로 인기 모델에 대해 출고가 대비 수십만 원 이상 할인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페이백’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페이백은 단말기 구입 후 일정 조건(예: 요금제 6개월 유지, 사은품 수령 등)을 만족했을 때 판매자가 고객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과거 단통법 아래에서는 엄격히 금지됐던 형태지만, 법 폐지 이후 명시적인 조건만 충족하면 사실상 제약 없이 운영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만큼 조건이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은 사라졌지만 조건은 여전히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며 “표면상 0원에 구입했어도, 고가 요금제 강제 가입이나 부가서비스 유지 조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버스폰’이라는 표현도 다시 등장했다. 이는 일정 조건만 만족하면 구형 모델이나 재고폰을 극단적으로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판매 전략을 말한다. ‘퇴근폰’이라는 말도 유통업계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이는 매장 마감 시간 직전, ‘그날 남은 재고’에 특별 할인 조건이 붙는 경우를 지칭하는 은어로,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타이밍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용어들이 여전히 공식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대다수 소비자에게는 ‘성지’나 ‘페이백’ 같은 말이 정확한 조건 없이 ‘싸다’는 인식만 남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페이백의 경우, 거래 이후 지급이 이뤄지지 않거나 조건 미이행에 따른 환수 사례도 과거에 빈번했던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단통법 폐지로 유통 자율성이 커졌지만,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판매처의 설명을 정확히 듣고 서면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성지에 갔다가 요금제 유지 6개월 조건을 뒤늦게 알았다”, “페이백이 아직도 입금되지 않았다”는 사례도 공유되고 있어, 제도 변화와 함께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통법은 사라지지만, 소비자 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판매점 은어는 매력적인 가격 혜택을 포장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 복잡한 조건이 숨어 있다는 점에서 꼼꼼한 비교와 정보 확인이 필수적이다. 진짜 ‘성지’를 찾고 싶은 소비자라면, 가격뿐 아니라 약정·요금제·환불 조건까지 따져보는 냉정한 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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