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 기대감을 타고 하루 만에 7% 이상 폭락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시설 공격 직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유가가 두 달 만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 대비 7% 이상 하락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장중 배럴당 100달러 선이 무너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이번 유가 급락의 첫 번째 원인은 중동 지정학 리스크의 완화다. 지난 3월 14일 미국이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 기지인 하르그 섬을 공격하면서 WTI는 하루 만에 3% 급등해 1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이란이 UAE 수출 항구를 공격하는 등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브렌트유는 한때 12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미·이란 협상이 재개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완화되자 시장은 빠르게 상승분을 반납하기 시작했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하루 약 170만 배럴 수준이지만, 제재가 해제되면 최대 300만 배럴 이상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 선반영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은 구조적 공급과잉이다. OPEC+는 올해 들어 점진적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도 여전히 활발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해 말 '2026년 국제원유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공급과잉 확대로 국제유가는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약세 리스크가 전면에 부각될 경우 일시적으로 배럴당 40달러대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 기관 | 상반기 전망 | 하반기 전망 | 핵심 변수 |
|---|---|---|---|
| 한국금융연구원 | 약세 지속 (팬데믹 후 최저) | 상반기보다 다소 높은 수준 | OPEC+ 증산 속도, 이란 제재 |
| 하나증권 | WTI 55~70달러 밴드 | 점진적 하락 가능 | 미·중 무역분쟁, 수요 회복 기대 낮음 |
| 에너지경제연구원 | 70달러 후반 적정 수준 | 80달러 중반 일시 상승 가능 | 미국 경기 부양 여부 |
전문가들은 미·이란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이란산 원유의 시장 복귀로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반면 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지거나 중동 긴장이 재고조될 경우 단기 반등도 배제할 수 없다. 닐 앳킨슨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부문 책임자는 "현재 유가는 판단할 선례도, 상한선도 없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유가가 10달러 하락하면 한국의 연간 무역수지는 약 60억~80억 달러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장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수주 내 L당 50~100원 안팎의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물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국제유가는 항공권, 플라스틱 제품, 식품 포장재 등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계 입장에서는 유가 하락이 체감 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동시에 오를 경우 유가 하락 효과가 상쇄될 수 있어 환율 동향도 함께 주시해야 한다.
올해 국제 에너지 시장의 방향성은 미·이란 협상 최종 타결 여부, OPEC+의 증산 속도 조절,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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