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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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에볼라 변종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을 중심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확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5월 27일 기준 누적 에볼라 의심 환자는 930명, 의심 사망자는 220명을 넘어섰다. 불과 9일 만에 의심 환자와 사망자 모두 네 배가량 불어난 수치다.

감염은 민주콩고 동부 이투리주에서 시작돼 현재 11개 지역으로 번졌으며, 공식 집계된 밀접 접촉자만 2200명을 넘어섰다. WHO는 민주콩고의 에볼라 위험 수준을 '높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WHO의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아프리카 보건장관들과의 화상 브리핑에서 "에볼라의 확산 속도가 우리의 통제 노력을 앞지르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은 이번 유행의 사망자 3명이 이미 3월 말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민주콩고 당국이 초기 감염 실태를 한 달 반 이상 파악하지 못한 셈으로, 에볼라가 이미 더 광범위하게 전파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유행을 이끄는 바이러스는 에볼라 변종 '분디부교(Bundibugyo)'로, 현재 승인된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 방역 대응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에볼라는 감염자의 혈액·체액과의 직접 접촉으로 전파되며, 치사율은 최대 90%에 달한다.

전파 차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현지 환경이다. 진원지 이투리주에는 무력 분쟁을 피해 이동한 피란민 약 100만 명이 열악한 위생 상태 속에 밀집해 생활하고 있으며, 당국 지침에 대한 불신으로 주민들이 방역 시설에 방화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피 과정에서 에볼라 의심 환자 최소 25명이 탈출해 아직 행방이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콩고를 넘어 이웃 나라 우간다에서도 확진자가 7명으로 늘었다. 최초 확진자를 이송한 차량 운전기사와 치료에 참여한 의료진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하던 미국인도 잇따라 감염됐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민주콩고에서 활동하던 미국인이 확진 판정을 받아 독일로 이송됐으며, 고위험 접촉자로 분류된 또 다른 미국인은 체코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변국 10개국이 추가로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국제 보건 지원 예산을 잇따라 삭감하면서 현지 방역 체계가 부실해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보건부의 민주콩고 지원 예산은 2024년 약 500억 원에서 지난해 약 150억 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현지 구호 단체들은 방호복·검사 키트·시신 처리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엔은 긴급 방역 지원에 약 820억 원을 할당했고, WHO도 자체 비상 기금 약 60억 원을 투입하며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질병관리청은 에볼라바이러스병 대책반을 운영하고 민주콩고, 우간다, 남수단, 에티오피아, 르완다 5개국을 중점검역관리국으로 확대 지정했다.

해당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한 모든 입국자는 검역관에게 건강 상태를 신고해야 하며, 입국 후 잠복기인 최대 21일 동안 스스로 증상을 관찰해야 한다. 발열 등 의심 증상 발생 시 질병청 콜센터 1339 또는 가까운 보건소로 즉시 신고해야 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에볼라는 호흡기 전파가 아닌 체액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