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생활건강
사진=LG생활건강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LG생활건강이 스테로이드 성분 없이 여성형 탈모를 완화하고 모발이 자라기 좋은 두피 환경을 조성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발굴했다. 여성형 탈모 관리의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3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발 연구 학술대회 '세계모발학회(World Congress for Hair Research·WCHR)'에서 여성형 탈모 관리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 치료에 주로 쓰이는 남성호르몬 억제제를 적용하기 어렵고, 에스트로겐 기반 호르몬 요법도 부작용 우려와 제한적인 적용 범위로 인해 치료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 업계 과제로 꼽혀 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비타민A 유래 '비스테로이드' 물질을 활용해 여성호르몬 수용체인 'ERα(Estrogen Receptor alpha)'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 발표를 맡은 김재윤 LG생활건강 책임연구원은 해당 물질이 모낭 활성을 촉진하고 모발 성장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으며, 실제 임상 평가를 통해 모발 굵기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탈모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연구가 주로 '모유두세포'에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ERα 활성화를 통해 모유두세포는 물론 모낭 줄기세포까지 동시에 타깃으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 과정에서 AI 기술도 적극 활용됐다. LG생활건강은 약 42만 개의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AI 시뮬레이션을 수행해 모낭 관련 단백질과의 결합 가능성과 작용 방식을 분석했다. 여성형 탈모와 관련된 지질대사 데이터와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탈모 개선의 핵심 표적으로 ERα를 도출했으며 비타민A 유래 물질이 이를 효과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선정됐다.

LG생활건강은 모발 두께 및 모낭 환경 개선을 목표로 개발 중인 신규 소재 '람시딜(Rhamsydil)'에 대한 연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람시딜은 모낭 조직 실험에서 모발의 퇴행기 전환을 유도하는 인자인 DKK1의 발현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발 성장에 유리한 모낭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람시딜 역시 AI 기반 분석을 통해 발굴된 물질이다. LG생활건강은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 방식으로는 22개월 이상 걸릴 수 있는 탐색 기간을 하루 수준으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강내규 LG생활건강 CTO는 "이번 연구는 여성형 탈모 관리의 새로운 접근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LG AI연구원과 협력해 두피 노화 메커니즘 연구를 고도화하고, '스칼프 롱제비티(Scalp Longevity)'를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두피·모발 케어 솔루션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과학적 근거를 갖춘 뷰티·웰니스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여성형 탈모 케어 시장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임상적으로 검증된 비스테로이드 솔루션이 실제 제품으로 출시될 경우 시장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