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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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오래된 절이나 고택의 기와지붕 위에서 홀로 자라는 식물이 있다. 와송(瓦松)이다. 척박하기 그지없는 기와 위에 뿌리를 내리고 수분도 영양분도 없는 환경을 스스로 견뎌내는 강인한 생명력이 이 식물을 특별하게 만든다.

와송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다육식물로 학명은 오로스타키스 자포니카(Orostachys japonicus)다. 예로부터 민간에서 간 질환과 종기 치료에 활용돼 왔으며 최근에는 항산화·항암 효능이 학술 연구를 통해 조명되면서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와송이 아무 기와에서나 자라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기와일수록 이끼와 지의류가 쌓이면서 미세한 유기물층이 형성되고 와송은 바로 이 층을 발판 삼아 뿌리를 내린다. 300년 이상 된 기와라는 조건은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만들어낸 생육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강한 햇볕과 빗물만으로 광합성을 하고 기와의 미네랄 성분을 흡수하며 생장한다. 여름에는 뜨거운 열기를 견디고 겨울에는 혹한 속에서도 살아남는 극한의 생존력이 와송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이처럼 혹독한 환경이 오히려 와송 특유의 생리활성 물질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전북 완주·충남 공주·경남 합천 해인사 인근 등 오래된 사찰과 전통 가옥이 남아 있는 지역에서 주로 발견된다.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전역에도 분포하며 특히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기록돼 왔다.

 

와송의 주요 성분과 효능

항산화·항염 작용

와송에는 플라보노이드·폴리페놀·캠페롤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세포 산화 손상을 억제하고 만성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연구 결과들이 보고된 바 있다. 자유라디칼 소거 능력이 뛰어나 노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다.

 

간 보호 효과

민간에서 오래전부터 간 질환에 와송을 달여 마셔온 전통이 있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에서 와송 추출물이 간세포 보호 효과를 나타낸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는 기초 연구 수준의 결과이며 임상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치료제로 보기는 어렵다.

 

항암 연구 현황

와송 추출물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세포 실험 및 동물 실험 결과들이 학술지에 발표된 바 있다. 특히 간암·대장암·폐암 세포주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관찰됐다. 그러나 인체 임상시험으로 이어진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며 과도한 효능 기대는 금물이다.

와송 섭취 방법과 주의사항

방법 특징 주의점
생즙 생와송을 착즙해 섭취 쓴맛 강함·소량부터 시작
달임물 물에 넣고 끓여 차처럼 음용 장기 복용 시 전문가 상담 필요
건조 분말 건조 후 갈아서 음식에 첨가 보관 용이·성분 손실 가능
건강기능식품 추출물 캡슐·정 형태 함량·원산지 확인 필수

 

와송은 신장 질환자나 옥살산 과민증이 있는 경우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임산부·수유부·어린이에게는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섭취를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을 복용 중이라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 후 섭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와송은 채취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대량 재배가 어렵다. 시중에서 거래되는 건조 와송은 100g에 수만 원을 호가하며 채취 지역과 묵은 정도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 이 때문에 일부 오래된 사찰이나 고택의 기와지붕에서 무분별한 채취가 이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황토 기왓장을 활용한 인공 재배를 시도하고 있으나 야생 와송과 성분 함량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시장에서의 신뢰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다.

300년 세월을 견뎌온 기와 위에서만 자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와송은 자연이 빚어낸 경이로운 식물임에 틀림없다. 효능에 대한 연구가 계속 축적되고 있는 만큼 과학적 검증을 기다리며 적절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희귀한 자연 자원인 만큼 무분별한 채취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보전하고 이용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함께 자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