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서울 성수동 거리를 걷다 보면 어제 없던 간판이 오늘 생겨 있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 일주일 단위로 공간이 바뀌고 줄이 늘어서는 이 풍경은 이제 서울 소비 문화의 일상이 됐다. 팝업스토어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을 넘어 하나의 도시 체험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문화원 웹진에 따르면 2025년 서울 주요 지역에서 운영된 팝업스토어는 총 3077개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보다 79% 증가한 수치로, 성수동은 그 중심 거점으로 꼽혔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성수는 팝업스토어 브랜드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필수 코스가 됐다.
팝업스토어 열풍의 배경에는 체험형 소비 욕구의 확산이 자리한다.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경험하고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소비 행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매장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과정이 브랜드 홍보와 개인 기록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구조로 이어진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팝업스토어는 매력적인 선택이다. 장기 임대 없이 단기간 압축적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고 화제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 패션·뷰티·식음료는 물론 IT 기업과 금융사까지 팝업스토어 형식을 활용하는 업종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다.
성수가 이 흐름의 중심이 된 데는 공간적 특수성이 크게 작용한다. 준공업지역의 넓은 창고형 건물들이 가변적 인테리어를 가능하게 하고 젊은 유동 인구와 트렌드 수용성 높은 방문객층이 밀집해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실험적인 공간 연출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성수를 넘어 홍대·강남·여의도 일대에서도 팝업스토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말마다 이 지역들을 순회하며 팝업스토어를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여가 루틴으로 자리 잡은 2030 세대도 늘고 있다. "이번 주말 성수 팝업 어디 가냐"는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풍경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동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경복궁·명동 중심이던 서울 여행 루트에 성수동이 빠르지 않게 포함되기 시작했다. 팝업스토어를 목적으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이 늘면서 이 흐름은 도시 관광 콘텐츠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주고 있다.
다만 팝업스토어 집중에 따른 임대료 상승과 상권 불균형, 소음 및 인파 과밀 문제를 지적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특정 지역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기존 거주민과 소규모 상인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체험 소비 문화의 확산이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팝업스토어 문화가 성숙하면서 방문객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 로고가 찍힌 공간만으로는 줄을 세우기 어려워졌고 스토리텔링과 체험의 밀도가 팝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서울의 팝업스토어 씬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콘텐츠의 질도 함께 진화하는 흐름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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