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카드 내역에 갑자기 찍힌 '나이스정보통신' 29000원, 혹은 299000원. 이 금액의 정체를 몰라 인터넷을 검색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커뮤니티에는 "갑자기 29000원이 빠져나가서 식겁해 찾아봤더니 챗GPT 구독료였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나이스정보통신과 나이스페이먼츠는 국내 대표 결제대행사(PG사)다. 지난해 10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온·오프라인 74만 개 이상의 가맹점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위 종합지급결제 기업이 됐다. 온라인 서비스 결제 시 실제 서비스 업체명이 아닌 결제를 중개한 PG사 이름으로 카드 내역에 표시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이 혼동을 겪는 것이다.
카드 내역에서 가장 흔하게 목격되는 AI 관련 결제 금액은 크게 두 가지다. 29000원과 299000원이다.
29000원은 챗GPT 플러스(ChatGPT Plus) 요금제의 국내 인앱결제 고정 금액이다. 플러스 요금제는 GPT-5 등 고성능 모델 접근과 빠른 응답 속도를 제공하는 일반 유료 플랜으로 모바일 앱스토어 인앱결제 기준 29000원으로 고정돼 있다. PC 웹 결제 시에는 환율 변동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299000원은 챗GPT 프로(ChatGPT Pro) 요금제의 국내 공식 결제 금액이다. 프로 요금제는 월 200달러(원화 공식 결제 기준 299000원)짜리 최상위 플랜으로 GPT-5 등 최신 모델에 대한 무제한 액세스와 대규모 병렬 작업 처리가 가능한 전문가·기업용 구독 상품이다. 무료나 플러스 체험 중 실수로 프로 플랜에 가입했다가 이 사실을 모르고 방치하면 매달 3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카드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구글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클로바X, 뤼튼 프로 등 다른 AI 서비스 구독료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PG사 명의 결제 내역으로 청구된다. AI 서비스마다 요금제 구조가 다르고 월 구독료가 수천 원에서 수십만 원대까지 다양한 만큼 본인이 어떤 요금제에 가입돼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결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타인의 카드 정보를 도용해 AI 구독 결제에 악용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범행 수법은 대부분 다크웹이나 피싱·스미싱을 통해 탈취한 카드 번호·유효기간·CVC 정보를 해외 AI 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등록하는 방식이다.
특히 잔액이 남아 있거나 한도가 있는 체크카드·선불카드가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카드일수록 소액 결제가 반복적으로 빠져나가도 본인이 확인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AI 구독료는 월 29000원에서 299000원 수준으로 한 번에 고액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달 정기적으로 청구되는 구조인 탓에 피해자가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AI 구독 결제가 카드 도용의 '테스트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 소액으로 카드 정보가 유효한지 확인한 뒤 더 큰 금액을 결제하는 이른바 '카드 검증(Card Testing)' 범죄의 일환으로 AI 구독 서비스가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보안 업계의 설명이다.
결제 내역이 나이스정보통신 등 PG사 명의로만 표시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해외 서비스의 경우 카드사 거래 내역조회에서 아예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가 스스로 출처를 추적하기가 더 어렵다.
이럴 때는 나이스페이 공식 홈페이지(start.nicepay.co.kr/homepage/history.do)에서 카드번호와 결제 금액·날짜를 입력하면 실제 결제 가맹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조회를 통해 어떤 서비스에서 결제가 이뤄졌는지 확인한 뒤 해당 서비스 구독 설정에서 즉시 해지 처리를 하는 것이 순서다.
공식 AI 사이트를 사칭한 유사 서비스에 속아 결제한 피해 사례도 함께 번지고 있다. 소비자 강다영(가명)씨는 포털 검색 결과 상단 광고 링크를 클릭해 'Gemmy AI' 앱을 구글 공식 제미나이로 착각하고 연간 구독료 3만9000원을 결제했다가 환불을 거부당했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유사 AI 서비스 관련 피해 사례는 37건에 달하며 이 중 91%가 포털 검색 광고 링크를 통해 유사 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사 사이트는 챗GPT·제미나이·클로드 등 유명 생성형 AI의 명칭과 로고를 거의 그대로 모방해 소비자를 속이는 수법을 쓰고 있었다. 대부분 해외에서 운영되는 탓에 피해가 발생해도 환불 요청 이메일에 응답조차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결제하지 않은 AI 구독료가 청구됐거나 카드 도용이 의심된다면 다음 순서로 즉각 대응해야 한다.
- 카드 즉시 정지: 카드사 고객센터 또는 앱에서 즉시 분실·도용 신고 후 카드 정지 처리
- 거래 취소 요청: 카드사에 부정 사용 거래 취소(차지백·Chargeback) 신청. 해외 결제 건도 신청 가능하며 카드사가 대신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를 밟아준다
- AI 서비스 접속 후 결제 수단 삭제: 해당 AI 서비스 계정에 접속해 등록된 결제 수단을 즉시 삭제하고 구독을 해지
- 경찰 신고: 타인 카드 정보 도용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대상인 만큼 사이버범죄 신고 시스템(ecrm.police.go.kr)을 통해 신고 가능
- 개인정보 점검: 카드 정보 유출 경로를 파악하고 동일한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타 사이트 비밀번호도 함께 변경
평소 예방을 위한 습관으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카드는 한도를 최소화하거나 해외 결제 차단 설정을 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카드사 앱에서 소액이라도 결제 즉시 알림이 오도록 SMS 또는 푸시 알림을 반드시 설정해 두는 것도 피해를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OTT와 AI 구독료 증가로 가구당 정보통신 관련 지출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매달 자신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구독료와 카드 도용 피해 여부를 한 번쯤 꼼꼼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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