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증시 상승세를 타고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급증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가계부채 위험과 주가 변동성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은행권에 관리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일괄 조정한다. 신용대출을 새로 신청할 때 연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1억 원까지만 빌릴 수 있도록 상한선을 설정한다.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의 경우 최대 한도가 5000만 원으로 제한된다.
이번 조치는 신규 신청 건에만 적용되며,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KB국민은행 측은 설명했다. 기존 대출 계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12일부터 고액 연봉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조치에 착수했다. 또한 약정금액이 3000만 원을 초과하는 마이너스통장 중 최근 3개월간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인 계좌에 대해 기간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감액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오는 15일부터 대면·비대면 신용대출을 합산한 일별 접수량이 내부 관리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비대면 신용대출 신청을 즉각 제한하기로 했다. 실수요자보다 투자 목적 대출 수요가 몰리는 비대면 채널을 선별적으로 조이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아울러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핀다 등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모든 신용대출 신청도 막겠다고 11일 밝혔다.
플랫폼을 통한 신용대출은 간편하게 한도를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어 빚투 수요의 주요 경로로 지목돼 왔다. 우리은행의 이번 조치는 이 채널 자체를 차단하는 강도 높은 대응이다.
이번 일제 규제 강화의 배경에는 최근 급증한 신용대출 잔액이 있다.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대출로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이른바 빚투가 다시 늘어나는 흐름이 포착됐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고 개인 투자자의 금융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은행권이 당국의 경고에 앞다퉈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지난 2021년 가계대출 급증기 때와 유사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에도 KB·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이 동시다발적으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 원으로 축소한 바 있다.
은행권은 이번 조치가 한시적이라고 설명하지만, 해제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사실상 상시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용대출 한도 제한으로 급전이 필요하거나 금리 인하를 위한 대환을 계획 중이던 실수요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빚투 억제를 위한 규제가 실수요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당국과 은행권의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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