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NS에서는 ‘이탈리안 브레인롯(Italian Brainrot)’이라는 이름의 기묘한 밈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확산되고 있다. ‘Chimpanzini Bananini(침판지니 바나니니)’, ‘Bombardino Crocodilo(봄바르디노 크로코딜로)’ 등 말도 안 되는 가짜 이탈리아어로 이름 붙여진 가상의 동물 캐릭터들이 AI 합성 이미지와 인공지능 TTS(음성 변환 기술)를 통해 만들어진 이 밈은, 뜻도 맥락도 없지만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중독성을 발산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정신 혼란을 유도하는 사이키델릭 쇼처럼, 이 밈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고 재창조되며 ‘브레인롯’, 즉 ‘뇌가 녹는’ 듯한 감각의 콘텐츠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은 TikTok과 인스타그램 릴스를 중심으로 퍼졌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최근 몇 주 사이 그 인지도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영상 속 캐릭터들이 내뱉는 “Tralalero Tralala”, “Ballerina Cappuccina”, “Bombardino Crocodilo” 같은 가짜 이탈리아어를 따라하며 즐기고, 스스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해당 밈은 이탈리아 문화나 언어와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이탈리아풍으로 들리는 이상한 단어들’을 통해 언어적 재미와 비현실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AI 합성 기술을 통해 제작된 캐릭터 이미지들은 너무 정교하거나 너무 기괴하여 일반적인 시각 문법을 벗어난 느낌을 준다. 키 큰 상어가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튀어오르고, 수박 머리를 단 개구리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정체불명의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이게 뭐지?’라는 의문을 반복하게 만든다.
이탈리안 브레인롯의 전파 방식은 이른바 ‘브레인롯(Brainrot)’ 소비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브레인롯은 최근 Oxford 언어 연구소에서 2024년 올해의 단어 후보로 지목한 신조어로, 아무 의미 없는 반복 콘텐츠를 시청하며 뇌가 마치 ‘망가지듯’ 중독되는 디지털 소비 행태를 뜻한다. 특히 젠지(Gen Z)와 알파(Alpha) 세대를 중심으로 ‘심각하지 않고, 웃긴 게 최고’라는 감각이 확산되면서, 이처럼 시각적 충격이 강하고 맥락이 없는 콘텐츠가 일상화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의미와 논리보다는 감각적 자극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며, 그들에게 이탈리안 브레인롯 밈은 일종의 ‘디지털 장난감’으로 기능한다.

‘퉁퉁퉁 사후르(Tung Tung Tung Sahur)’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밈이다. 야구방망이를 들고 나무통 몸통에 AI 캐릭터 얼굴을 덧씌운 이 존재는, 이슬람권의 라마단 기간 새벽 식사(사후르)를 알리는 북소리에서 유래한 이름을 달고 있다. 인도네시아어를 기반으로 한 ‘Tung tung tung sahur’라는 의성어와 이탈리안 브레인롯 풍의 조합은, 언어 충돌로 인한 낯선 리듬을 만들어내고, 이 역시 영상의 중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전 세계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 밈을 패러디하며 레고, 미니어처, 종이 인형, DIY 캐릭터 제작 등 놀이 요소로 확장시킨 것은 유머 콘텐츠 소비가 인터넷 밈의 새로운 놀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인기 요인은 이 밈이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방식에 있다. AI 이미지 생성기와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하면 누구나 10분 안에 자신만의 브레인롯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창작의 문턱이 낮고, 결과물이 강한 자극을 지닌 덕분에 SNS상에서 콘텐츠 소비와 제작의 순환이 빠르게 일어난다. 과거 ‘하멜린의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유혹에 이끌리듯 다들 한 번쯤은 ‘Bananini’나 ‘Sahur’을 외쳐본다.
전문가들은 이 밈의 인기가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세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라는 보다 근본적인 흐름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언어의 의미보다는 그 소리, 이미지의 논리보다는 그 감각이 중요해진 시대. 이탈리안 브레인롯은 그 끝단에 있는 콘텐츠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디지털 리듬을 상징하는 기호다. 웃기는 게 전부일 수도 있고, 전부가 웃기게 느껴지는 세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밈이 어디까지 퍼질 수 있는지가 아니라, 왜 우리가 이토록 ‘말도 안 되는’ 것에 열광하게 됐는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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