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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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어쩐지 비싼 수입차에 번호도 좋더라"는 시민들의 의구심이 사실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 서구청 차량 등록 업무 담당 전·현직 공무원들이 3년간 이른바 '황금 번호판'을 특정 등록 대행업체에 빼돌려 온 사실이 감사에서 무더기로 적발됐다.

광주 서구청은 17일 언론 브리핑을 열어 자동차 등록번호 위법행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교통행정과 차량등록팀 전·현직 직원 등 16명을 감사한 결과 이 중 14명이 특정 선호 번호를 등록 대행업체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6명은 징계 의결을 요구했고 4명은 훈계·주의 처분, 공무직 4명은 공무원에 준하는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이들이 빼돌린 번호는 '9999' '5555' '7777' '1004' '9000' 등 이른바 황금 번호들이다. 황금 번호는 4자리가 모두 같은 숫자, 3자리 동일번호, 2자리 반복번호, 천·백 단위 번호, '1004'처럼 상징적 의미가 담긴 번호 등을 통칭한다. 2023년부터 올해 2월 9일까지 약 3년에 걸쳐 총 350여 개가 특정 업체 차량에 집중 배정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법도 교묘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일반 차량에 황금 번호를 임의로 등록했다가 즉시 취소하는 방식으로 해당 번호를 묶어 놓았다. 무작위 추첨 시스템에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황금 번호를 사실상 선점해 둔 것이다. 이 번호들은 이후 특정 등록 대행업체의 고급 수입차와 고가 세단에 집중 배정됐다.

적발된 공무원 일부는 황금 번호를 제공한 대가로 식사 등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청은 금품 수수 여부는 감사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 적용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이들이 비위를 저지르면서도 "이건 관행"이라고 불렀다는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수년간 반복된 유착 구조가 묵인되어 온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내부 감시 체계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이번 사건은 외부 민원이 접수되면서 감사가 시작됐으며, 민원이 없었다면 계속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시민들은 "추첨이라더니 처음부터 짜여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일반 시민은 원하는 번호를 추첨에서도 못 받는데 공무원들은 업체와 짜고 원하는 번호를 마음대로 배정했다는 것"이라며 분노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전국 자동차 등록 기관에 대한 전수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차원의 시스템 보완과 함께 황금 번호 배정 내역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