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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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인공지능(AI)이 해커가 됐다. 미국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개발한 최첨단 모델 '미토스(Mythos)'가 미국 정보기관과 합동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불과 수 시간 만에 미국 정부의 기밀 시스템에서 보안 취약점을 찾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미국 정보기관들과 협력해 진행한 테스트에서 미토스가 매우 민감한 정부 보안 시스템의 구멍을 단시간 내에 탐지했다고 보도했다. 앤트로픽 측은 미토스에 대해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 탐지 능력이 최고 숙련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을 능가했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미토스는 처음부터 일반에 공개된 모델이 아니다. 앤트로픽은 AI를 활용한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해 엔비디아·아마존·시스코·JP모건체이스 등 약 40~50개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접근을 허용해 왔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이라는 이름의 이 보안 연합체를 통해 방어 목적의 취약점 탐지 작업에만 활용하도록 통제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 결과가 알려지자 미국 정부의 반응은 빨랐다. 미 상무부는 "한 기업이 미토스의 보안 장벽을 뚫었다고 주장함에 따라 안보 위험을 우려해 이번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한 악시오스 보도 이후 즉각 수출통제에 나섰다.

앤트로픽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당국의 지침에 따라 모든 외국 국적자의 '페이블5'와 '미토스5' 접근을 전면 중단하는 수출통제 지침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파장은 국내에도 미쳤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합류해 미토스 접근권을 확보하고 AI 기반 사이버보안 역량을 키우려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 수출통제로 외국 국적자는 물론 앤트로픽 내 외국인 직원까지 접근이 차단되면서 해당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사태는 AI 보안 기술을 둘러싼 근본적인 딜레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강력한 AI 모델이 방어용 취약점 탐지에 쓰일 수 있는 반면, 동일한 능력이 사이버 공격 수단으로 전용될 경우 그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AI 모델을 핵기술과 같은 전략 자산으로 간주해 국가 차원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논의가 미국 행정부 안팎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AI 분야에서도 '기술 패권 전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도체에 이어 AI 모델 자체가 수출 통제 대상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