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옌스 카스트로프 인스타그램
사진=옌스 카스트로프 인스타그램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가 월드컵 그라운드를 단 1분도 밟지 못했다. 한국 축구 최초 유럽 귀화 선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월드컵 명단에 이름을 올린 옌스 카스트로프(23·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의 이야기다. 그가 마침내 남아공전 후반 교체 투입으로 첫 출전을 신고하기까지, 그 과정은 논란 그 자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옌스에게 단 한 차례의 출전 기회도 주지 않았다. 체코전 왼쪽 윙백에는 이태석이, 멕시코전에는 설영우가 배치됐고, 옌스는 교체 카드에서도 철저히 배제됐다.

옌스의 미기용은 이번 대회 내내 한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 가장 큰 논란 중 하나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한 이유가 뭐냐", "데려온 의미가 없다", "월드컵 보여주기용 귀화였냐"는 비판이 연일 쏟아졌다.

옌스 카스트로프는 독일 청소년 대표팀까지 경험한 재목이다. 그러나 성인 A대표팀에서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뒤늦게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고, 귀화의 목적은 사실상 월드컵 무대였다.

분데스리가에서 이번 시즌 26경기에 3골 1도움을 기록한 옌스는 공격 기여도 면에서 기대 득점 3.73을 기록하며 리그 상위권 윙백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대표팀에서 가장 막히는 왼쪽 측면을 살려줄 카드로 꼽히는 선수가 벤치에만 앉아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2경기 내내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이 옌스를 기용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은 수비다.

옌스는 본래 공격적 성향이 강한 자원이다. 전진 가담이 장점인 반면 수비 라인 복귀와 일대일 측면 방어에서는 전문 윙백보다 불안할 수 있다는 평가가 있다. 홍명보 감독이 스리백을 고수하는 이유 역시 수비 안정성 확보에 있는 만큼, 수비 가담에 불확실성이 있는 옌스를 먼저 선택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드컵 직전 3월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옌스는 발목 부상으로 소집 해제돼 결국 대표팀 전술에 완전히 녹아든 상태로 본선에 임하지 못했다는 점도 홍 감독이 확신을 갖지 못하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1·2차전 내내 이어진 논란 속에서 홍명보 감독은 32강 진출이 걸린 남아공전 후반에 마침내 옌스를 교체 투입했다.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에서야 얻은 첫 출전 기회였다.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홍명보 감독이 선택한 승부수 중 하나로, 공격에 활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결국 옌스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귀화 후 처음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은 옌스의 플레이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이것이 홍명보 감독의 선택에 대한 정당화로 받아들여질지 아니면 "왜 진작 쓰지 않았냐"는 비판을 더욱 키울지는 이제 결과가 판단하게 됐다.

사용되지 않았던 가장 날카로운 카드. 옌스 카스트로프는 3경기 만에 그라운드를 밟으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