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북부를 강타한 지진은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짧은 시간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연속 발생하는 이른바 '더블릿' 현상으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첫 번째 지진이 주변 단층의 응력 상태를 변화시켜 두 번째 지진의 방아쇠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이번 이중지진의 진원 깊이는 각각 20km와 10km였다. 진원이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충격이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된다. 브라질 지질조사국 지구물리학자 마르코스 페레이라는 "두 차례 지진이 연이어 발생한 데다 진원 깊이가 얕아 파괴력이 증폭됐다"고 밝혔다.
피해를 키운 세 가지 요인
지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23년 튀르키예 대지진, 2010년 아이티 대지진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개됐다고 분석한다. 공통점은 세 가지다.
첫째, 지각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에서 발생했다. 이 방식은 충격파가 단층선을 따라 일직선으로 전달되는 특성을 지닌다. 이번에는 충격파가 수도 카라카스 인구 밀집 지역을 정면으로 향했다.
둘째, 진원지 일대가 연약한 퇴적물로 이뤄진 지형이었다. 퇴적층은 지진파를 흡수하는 대신 오히려 증폭시키는 역할을 해 피해를 키웠다.
셋째, 베네수엘라의 열악한 지진 대응 인프라가 피해를 눈덩이처럼 불렸다. 지진 경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불안한 정치 상황과 취약한 경제 여건이 구조와 복구를 더디게 만들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한국은 정말 안전한가
베네수엘라 강진 소식에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전문가들의 답변은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쪽으로 모인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디지털 관측 이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72.8회, 규모 3.0 이상은 연평균 10.5회 발생하고 있다. 체감하지 못하는 수준의 미진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한반도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를 6.5~7.0 수준으로 예측한다. 한반도가 판의 내부에 위치해 판 경계 지역보다 지진 발생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지질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2016년 경주 지진(규모 5.8)과 2017년 포항 지진(규모 5.4)은 한반도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실감하게 한 사건이었다. 특히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 공사와의 연관성이 제기되며 인재 논란까지 더해졌다.
내진 설계, 얼마나 믿을 수 있나
한국의 현행 내진 설계 기준은 규모 6.5 수준의 지진을 버틸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 그러나 1988년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지 않은 시기에 세워진 경우가 많다.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구도심 지역이 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평상시 대피 요령 숙지와 건축물 내진 보강이 최선의 대비책이라고 강조한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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