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세계 금융계에 또 한 번 날 선 경고가 날아들었다. GMO 자산운용 창업자이자 닷컴버블 붕괴를 정확히 예측한 억만장자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이 26일(현지시각) 미국 CNBC 방송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비트코인은 쓸모없고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단언했다.
그랜섬은 "앞으로 수년, 수십 년이 흐르면서 비트코인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T.S. 엘리엇의 시구를 인용하며 "펑 하고 터지는 것이 아니라 나지막한 신음소리처럼 소멸할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구체적 근거로 실물 경제에서의 무용론을 내세웠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으로 저녁 식사를 사거나 슈퍼마켓에서 결제하는 진정한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그저 사기꾼들이 자금 세탁에 쓸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트코인이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이유 없이 가치가 반토막 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죽음 선고' 이미 467번째
그랜섬의 발언이 자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은 그리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전문 사이트 비트코인데스닷컴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비트코인이 공식적으로 죽었다고 선언된 횟수는 현재까지 467번에 달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부터 월가 거물까지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에 사망 선고를 내릴 때마다 가격은 오히려 반등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해 "10년 안에 비트코인 가치가 0에 가까워질 확률이 거의 100%"라고 밝혔다. 뉴욕대 명예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올해 초 "트럼프의 친 암호화폐 정책이 오히려 시장 붕괴를 촉진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
비트코인 현재 가격은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최고점 약 12만5000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한때 7만2000달러 선까지 밀리며 1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점 대비 낙폭이 40%를 넘어서자 시장에서는 버블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반면 긍정적 전망도 여전히 건재하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6만5000달러 수준을 매력적인 진입점으로 제시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 구간에서 오히려 대량 매수에 나섰다는 온체인 데이터도 확인됐다.
지금 사도 될까
전문가 의견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비관론 진영은 양자 컴퓨팅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비트코인의 암호화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기술적 위협까지 거론한다. 블록체인 보안 연구원 저스틴 본스는 현재의 보안 구조로는 7~11년 안에 구조적 붕괴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낙관론 진영은 4년 주기 반감기 사이클을 근거로 든다. 가장 최근 반감기인 지난해 4월 이후 통상 18개월 뒤 가격이 정점을 찍는 패턴이 반복돼왔으며, 이번 사이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467번 죽었지만 아직 살아 있다. 그것이 강인함의 증거인지 거품의 지속인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할 몫이다. 투자 결정에 앞서 본인의 손실 감내 수준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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