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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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올여름 유럽이 관측 사상 가장 심각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 과학 단체 월드 웨더 어트리뷰션(WWA)이 유럽 800여 도시의 과거 기온을 분석한 결과, 올해 폭염이 역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기록됐다.

 

5월부터 시작된 이례적 열돔…40도 시대 일상화

이번 폭염의 특징은 유난히 이른 시작 시점이다. 유럽의 여름은 지난 5월 24일 첫 폭염이 시작되며 이미 평년보다 10~15도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5월 26일에는 영국 기온이 35도를 넘어서며 80년 넘게 깨지지 않았던 1922년·1944년 기록(32.8도)을 갈아치웠고, 프랑스에서도 베르주라크 지역이 34.7도까지 오르며 5월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6월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6월 22일 스페인 안두하르에서는 기록적인 고온이 관측됐으며, 6월 25일에는 영국 서머셋주 기온이 36.4도를 기록해 6월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같은 날 프랑스 파리는 40도를 넘어섰고, 네덜란드는 사상 첫 폭염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독일은 자르브뤼켄에서 41.3도를 기록하며 전국 신기록을 세웠고, 스페인 일부 지역은 44도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사망자 1300명 넘어…스페인서만 200명 이상

인명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6월 말 기준 유럽 전역의 폭염 관련 사망자는 1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나흘 만에 더위 관련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프랑스에서도 폭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망자가 잇따랐으며, 파리에서는 3살배기 아기가 폭염으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극한 기상 연구원 시어도어 키핑 박사는 "이번 폭염은 역대 가장 심각하고 광범위한 폭염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지구 기온이 1.1도 상승한 가운데, 이 같은 폭염 발생 확률이 눈에 띄게 올랐다"고 분석했다.

 

학교 휴교·열차 취소…에어컨 없는 유럽의 취약성 드러나

폭염은 일상생활 전반을 마비시켰다. 프랑스에서는 1만 곳이 넘는 학교가 휴교하거나 수업 시간을 단축했으며, 프랑스철도공사(SNCF)는 에어컨 고장 가능성에 대비해 장거리 열차 71편의 운행을 취소했다. 영국에서는 교사들이 수업 도중 쓰러지는 일까지 발생했고, 이탈리아에서는 적색 경보가 발령된 도시가 17곳으로 늘면서 노동자 150만 명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특히 폭염에 취약한 이유로 낮은 에어컨 보급률을 꼽았다. 대부분의 가정은 물론 공공기관과 대중교통조차 냉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많아, 고온에 그대로 노출되는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전력 가격 폭등…재생에너지 취약성도 노출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시장도 요동쳤다. 냉방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발전소의 전력 생산 효율은 떨어지면서 유럽의 도매 전기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풍력 발전 비중이 30%에 달하는 영국은 폭염으로 풍속이 낮아지고 전력 수요는 높아지면서, 유럽 대륙에서 전력을 수입하는 데 메가와트시(MWh)당 1379파운드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같은 날 독일의 전력 가격도 낮 시간대 MWh당 86유로에서 저녁 시간대 566유로로 6배 넘게 폭등했다.

이번 폭염은 사하라 사막에서 유입된 열기가 서유럽 대기에 갇히면서 발생한 '열돔' 현상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뜨거운 공기가 정체돼 만들어진 이른바 '오메가 열돔'이 이후 동유럽까지 세력을 확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이 같은 이례적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