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국내 연구진이 사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주변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차세대 인공 시각 기술을 개발했다.
연세대 김현재 교수 연구팀은 근적외선을 감지하고 센서 자체에서 영상 정보를 보정하고 기억하고 분류할 수 있는 인공 시각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사람의 망막과 대뇌피질이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하나의 소자 플랫폼으로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근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 사람 눈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빛이다. 어두운 환경에서도 물체를 구분할 수 있어 야간 보행자 감지 보안 카메라 의료영상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대역이다.
연구팀은 낮은 누설 전류와 우수한 공정 호환성으로 광소자에 널리 쓰이는 인듐 갈륨 아연 산화물 반도체 IGZO에 근적외선을 자외선과 가시광선으로 변환하는 업컨버전 나노입자를 결합한 광시냅스 소자를 개발했다. 기존 IGZO 소자는 근적외선을 감지하기 어려웠으나 이번 기술로 빛의 세기와 반복 횟수에 따라 정보를 기억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어레이 형태로 집적해 사람의 망막처럼 어두운 영상을 선명하게 보정하고 대뇌피질처럼 정보를 기억하고 분류하는 망막 대뇌피질 모사 인공 시각 플랫폼을 구현했다. 기존 시스템은 센서가 빛을 받아들이고 별도의 연산장치가 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처리 시간과 전력 소모가 컸다.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센서와 연산 기능이 한 몸체에 통합돼 있어 수집한 정보를 즉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방식은 시간과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설명됐다.
연구팀이 실제 야간 보행자 영상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어두운 환경에서도 보행자를 더욱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야간에 보행자를 놓쳐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야간용 적외선 카메라는 빛을 감지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영상 처리는 별도의 반도체 칩이 담당하는 구조였다. 이번 기술은 감지와 처리 기억 기능을 한 소자에서 동시에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이와 별도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 시각 장치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팀은 앞서 지난 6월 실명 생쥐 실험에서 정상 시각 반응과 78퍼센트 유사한 신호를 구현한 투명 신경전극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망막 손상 환자의 시력 복원을 목표로 하는 반면 연세대 연구팀의 이번 기술은 자율주행과 로봇 등 산업 응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연세대 연구팀 외에도 지난 4월에는 박장웅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근적외선을 전기 신호로 바꿔 망막 신경을 자극하는 이식형 인공망막 장치를 발표하는 등 근적외선 기반 시각 확장 연구가 국내에서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이번 김현재 교수팀의 기술은 신체 이식형이 아닌 카메라나 로봇 등에 탑재하는 비이식형 소자라는 점에서 상용화 경로가 상대적으로 단순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차량이나 카메라에 적용되기까지는 대량 생산 공정 검증과 내구성 시험 등 추가 단계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야간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면 기대되는 기술"이라거나 "실제 도로에서 언제 쓸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소자의 감도와 처리 속도를 높이는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비전 기술이 자율주행과 로봇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의 이번 성과가 관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