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은행 통장에 잠들어 있던 뭉칫돈 41조원가량이 이달 들어 빠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41조343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감소폭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별도의 만기 없이 언제든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는 통장에 담긴 돈을 뜻한다.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 대신 수시로 인출이 가능해 목돈을 굴리기 전 잠시 머무르는 대기자금 성격이 강하다.
앞서 이달 15일 기준으로도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잔액은 681조913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5.70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감소폭은 6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자금 이동에는 크게 두 갈래 흐름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증시 조정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본 개인 투자자금이 주식 계좌로 옮겨간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금리가 오른 정기예금으로 갈아탄 자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2.75퍼센트로 인상한 이후 은행들은 앞다퉈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만기 1년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를 연 2.9퍼센트에서 3.2퍼센트로 올렸고 이어 거치식 예금 13종 금리도 0.2 내지 0.4퍼센트포인트씩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머니클립 등 입출식 정기예적금 상품 금리를 0.25퍼센트포인트 올리고 우리슈퍼 정기예적금 등 일부 상품은 0.3퍼센트포인트 상향했다.
이 같은 금리 인상에 힘입어 정기예금으로는 이달 15일 기준 보름 만에 16조원 가까운 자금이 새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1일 120조837억원에서 20일 112조5190억원으로 7조60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일부 자금이 실제 주식 매수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불안하다 보니 정기예금으로 회귀하는 자금이 늘고 있다"며 "수익을 실현한 자금이나 증시 대기자금 등을 정기예금으로 파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단기 수신을 확보하기 위한 금리 경쟁이 이어지고 있으며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퍼센트 초반대까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입출금통장에 목돈을 오래 방치하면 정기예금 대비 이자 손실이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1000만원을 요구불예금에 한 달간 넣어두면 이자가 사실상 거의 붙지 않지만 같은 금액을 연 3.2퍼센트대 정기예금에 1개월만 굴려도 세전 기준 수만원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목돈이 생겼을 때 투자처를 결정하기 전이라도 파킹통장이나 초단기 정기예금 상품을 활용해 이자 손실을 최소화하라고 권한다. 최근 저축은행과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서도 단기 자금을 겨냥한 상품 경쟁이 확대되고 있어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코스피가 조정받을 때마다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거나 "금리가 오르니 다시 예금으로 돌아가는 것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 투자자는 "증시와 예금 사이에서 자금이 왔다갔다 하는 걸 보면 아직 방향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과 자금 이동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기자금의 향방이 향후 증시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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