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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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반도체 수출의 국가별 지도가 크게 바뀌었다.

한국은행은 27일 발간한 '우리나라 주요 제조업 생산 및 공급망 지도' 개정판에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재편과 인공지능 중심의 수요 확대에 따라 국가별 반도체 수출 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만이다. 대만은 2022년만 해도 한국 반도체 수출 대상국 중 네 번째로 수출 비중이 9.0%에 그쳤지만 2025년에는 비중이 19.9%로 뛰어오르며 중국에 이어 수출국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 대상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비중은 2022년 53.1%에서 2025년 40.3%로 낮아졌고 수출액도 758억800만달러에서 744억5600만달러로 줄었다.

한은은 통상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미국 빅테크 기업이 대만 TSMC에 위탁 생산을 주문하면 해당 국가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 수요가 늘면서 TSMC를 거치는 대만행 물량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생산에서는 지역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생산액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74.5%에서 2024년 82.3%로 7.8%포인트 늘었다.

삼성전자의 화성·평택·기흥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이천 공장 등 핵심 생산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영향이다.

같은 기간 충청권 비중은 20.0%에서 14.7%로 줄었고 대구·경북과 호남권은 각각 1%대에 그쳐 수도권과 충청권을 합친 비중이 97%에 이르렀다.

전체 제조업에서도 수도권 생산 비중은 2014년 29.4%에서 2024년 33.2%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2.6%에서 29.1%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도 함께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 초기 세대부터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해 압도적인 양산 경험과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업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차세대 제품 로드맵을 제시하며 기술 격차 좁히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정전이나 자연재해, 지역 간 갈등 등 단 한 번의 충격이 국가 생산망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도권 편중 완화를 위한 지역 균형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이 잘 나간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특정 지역에 너무 몰려 있으면 위험할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결국 AI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난다면 대만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실제 생산 지도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투자 진행 상황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