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awpixel
사진=Rawpixel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미국 정부가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의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탈퇴는 2026년 12월 31일자로 발효될 예정이며, 이번 결정은 미국의 세 번째 유네스코 탈퇴 사례가 된다.

미 국무부는 7월 2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네스코는 미국의 국가 이익과 상충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조직 내부의 분열적 문화적 당위성과 정치적 편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과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 결의 등을 문제 삼았다. 미국은 2025년 2월 행정명령을 통해 유엔 기구 전반에 대한 검토를 예고한 바 있으며, 그 결과 유네스코가 미국의 외교·문화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1984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는 조직의 비효율성과 친소련 성향을 문제 삼아 탈퇴한 바 있으며,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반이스라엘적 입장과 경직된 운영을 이유로 유네스코를 떠났다. 이후 2023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유네스코에 복귀하며 약 5억 달러에 달하는 체납 분담금을 완납하고,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인해 복귀 2년 만에 다시 관계가 단절된 셈이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는 “미국의 결정은 예상된 사안이며, 이미 재정 구조를 다변화해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우리는 홀로코스트 교육, 반유대주의 대응, 세계유산 보호 등에서 국제적 협력을 주도해왔다”며 “정치적 중립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한 운영 원칙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탈퇴로 인해 유네스코 회원국 지위는 상실되지만, 미국 내 26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기존처럼 유지된다. 다만 이들 유산에 대한 국제적 보호 기준 설정 및 재정 지원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유네스코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규범, 디지털 교육, 환경 정책 등의 글로벌 어젠다에서도 미국의 참여와 영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의 반복된 탈퇴가 다자주의에 대한 불신과 자국 중심 외교 기조의 연장선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복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유네스코가 정치적 개입을 줄이고 조직 개혁을 더욱 진전시킨다면, 차기 미국 행정부가 다시 참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탈퇴로 인해 유네스코뿐만 아니라 유엔 기구 전반과 미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결정이 문화적 다양성과 협력을 촉진하는 유엔 기구의 위상에 도전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향후 미국의 외교 전략 변화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