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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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불법 소형 기지국인 '펨토셀'을 통해 고객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유출되고 무단 소액결제 피해까지 발생한 KT에 정부가 539억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9일 제15회 전체회의를 열고 KT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이 같은 과징금 처분과 함께 조사 방해 행위에 대한 형사 고발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해커가 불법으로 개조한 펨토셀을 KT 통신망에 무단으로 접속시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펨토셀은 실내나 통신 음영지역에서 신호를 보강하기 위해 사용하는 초소형 기지국 장비다. 이번 사고는 해커가 이 장비를 조작해 KT의 정식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부 통신망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이 비인가 장비는 무려 11개월 동안 KT의 통신망 내부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빼내갔지만 KT는 이를 제때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위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유출된 개인정보 피해자는 총 1만6647명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커는 탈취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실제 금전적 피해까지 일으켰다. 368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단 소액결제가 이뤄졌으며 피해 금액은 약 2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위는 이번 KT의 위반 행위를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규정했다. 특히 인증서 관리와 접근통제 체계가 부실했던 점을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사 결과 KT는 펨토셀과 같은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인증 절차와 이상 접속을 탐지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장기간 해킹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사고 발생 이후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개인정보위는 KT가 조사에 착수하자 관련 로그 기록을 삭제하고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를 방해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단순 과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KT를 관련 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과징금 액수는 지난해 유심 정보 유출 사고로 SK텔레콤에 부과됐던 과징금(1347억9100만원)의 약 40% 수준이다. 개인정보위는 매출액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KT의 5G·LTE 매출과 함께 피해 규모, 유출된 정보의 유형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점, 사고 이후 피해 보상과 시정 노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용자 1인당 과징금으로 환산하면 약 324만원으로 SK텔레콤 사례(약 5800원)보다 550배 이상 높은 수준이어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실질적 금전 피해가 중대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개인정보위는 향후 조사 과정에서 증거 은닉이나 자료 폐기 등 조사 방해 행위가 확인될 경우 관련 기업의 전체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소액결제 피해가 있었는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KT 고객이라면 통신사 공지사항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확인 대상자 여부를 조회할 수 있으며 최근 이용요금 청구서에서 낯선 소액결제 내역이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만약 본인 명의로 개통되지 않은 서비스나 의심스러운 결제 내역이 발견되면 즉시 통신사 고객센터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118)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또한 명의도용 여부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명의도용방지서비스(MSAFER)를 통해 무료로 확인할 수 있다. 본인 명의로 개통된 이동전화 서비스 현황을 조회해 모르는 번호가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안전하다.

KT는 이번 과징금 처분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보안 체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망 인증 절차를 강화하고 이상 접속을 실시간으로 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기본적인 보안 조치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통신사들의 보안 투자와 관리 체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초소형 기지국과 같은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인증·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가짜 기지국에 내 정보가 11개월이나 노출됐다는 게 소름 끼친다"는 반응과 함께 "조사 방해까지 했다니 과징금이 더 세게 나왔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KT 이용자라면 이번 사고와 관련한 개인정보 유출 확인 대상자 조회와 함께 최근 결제 내역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것이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