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삼성전자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신청한 성문 기반 모바일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ICT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지정하며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목소리를 AI가 직접 감별하는 예방 기술이 한 걸음 더 확산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2일부터 29일까지 서면으로 개최된 2차 ICT 규제샌드박스 신속처리 전문위원회를 통해 성문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포함한 총 4건을 실증특례로 지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신속처리 전문위원회는 기존에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부여받은 과제와 내용·방식이 실질적으로 유사한 신규 과제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설치된 위원회다.
이번에 지정된 삼성전자와 국과수의 서비스는 보이스피싱 통화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스마트폰 온디바이스 앱에 탑재해 통화 상대방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 수신자에게 즉시 경고를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통화 내용을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스마트폰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을 적용해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 편의성을 함께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실증특례가 갖는 핵심적인 의미는 규제 완화에 있다. 그동안 보이스피싱범의 음성은 민감정보로 분류돼 정보주체인 범죄자 본인의 동의 없이는 AI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특례를 통해 보이스피싱 예방이라는 목적에 한해 범죄자 동의 없이도 국과수가 보유한 실제 범죄자 성문 정보를 AI 탐지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성문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방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T는 지난해 10월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통해 같은 방식의 실증특례를 부여받아 올해 7월 30일부터 '실시간 통화기반 사기전화 탐지 서비스'를 본격 개시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9월 자사 AI 통화 서비스 '익시오'의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에 실제 범인의 성문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삼성전자·국과수의 서비스도 이들 통신사가 앞서 받은 특례와 방식이 유사해 신속처리 절차를 통해 지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서비스들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 화자의 목소리를 국과수가 보유한 과거 보이스피싱범들의 성문 정보와 비교해 일정 수준 이상 일치할 경우 이용자에게 위험 알림을 보내는 구조다. 이 같은 성문 대조 방식은 기존의 텍스트 변환·키워드 분석 방식보다 탐지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이번 삼성전자·국과수의 서비스는 아직 실증 단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 실증특례는 정식 서비스 상용화 전 제한된 범위에서 기술의 안전성과 효과를 시험해보는 절차로, 지원 대상 기종이나 정식 출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앞서 유사한 성문 분석 기능을 도입한 통신사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최신 기종 일부에서만 우선 지원되다가 이후 원UI 8.0 이상 최신 갤럭시 기기로 순차 확대되는 방식을 거쳤다.
이번 신속처리 전문위원회에서는 성문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 외에도 농어촌 빈집을 활용한 공유숙박, 전자문서중계기술을 활용한 우체국 금융안내장 모바일 전자고지 서비스 등도 함께 실증특례로 지정됐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 대응을 위한 AI 기술 활용 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앞서 진행된 관련 시연 행사에서 국과수가 보유한 보이스피싱 통화 음성을 화자 인식에 활용해 탐지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며 탐지율 95%, 피해예방액 2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는 최대 4년의 시한이 있는 만큼 안정적인 서비스 지속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실증특례 지정 소식만으로 당장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해당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오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상용화된 KT의 '후후' 앱이나 LG유플러스의 '익시오',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본 탑재 기능은 이용 가능하지만 이번에 새로 실증특례를 받은 삼성전자·국과수 서비스는 향후 실증 결과에 따라 정식 서비스로 출시될 예정이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려면 이 같은 AI 탐지 기능과 함께 낯선 번호의 대출·수사기관 사칭 전화에는 즉시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재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꼽힌다. 의심스러운 통화를 받았다면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이나 금융감독원 보이스피싱 지킴이(1332)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실제 범죄자 목소리로 잡아낸다니 기대된다"는 반응과 함께 "아직 실증 단계라니 정식 출시가 언제쯀지 궁금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자신의 기기에 이미 탑재된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이 있는지 설정을 확인해보고 향후 이번 실증특례를 거쳐 출시될 새로운 서비스 소식에도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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