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사진=AI 생성 이미지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정부가 지난 5월 발생한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의 재발방지 대책으로 전국 노후교량을 합동 점검한 결과, D·E등급 교량 57곳이 안전조치가 필요하지만 관련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31일 국토교통부, 지방정부, 국토안전관리원, 토목구조기술사회 등이 참여한 정부 합동 안전점검을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10일까지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점검은 지난 5월 26일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의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점검 대상은 국토교통부 시설물 통합정보시스템에 지난 5월 기준 D·E등급으로 등재된 교량 115곳을 중심으로, 점검 과정에서 등급이 변경되거나 중대 결함이 발견된 시설, 올해 집중안전점검에서 위험하다고 판단된 교량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이미 철거 등 조치가 완료된 25곳을 제외한 나머지 교량이 실제 점검 대상이 됐다.

점검 결과 E등급 4곳과 D등급 53곳을 합쳐 총 57곳이 보수·보강이나 철거 등 안전조치가 필요한데도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확인됐다. 여기서 짚어볼 부분은 57곳 모두가 당장 붕괴할 위험 상태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안전등급 체계는 상태가 심각한 순서대로 D등급과 E등급으로 나뉘는데, E등급은 긴급한 보강이나 사용제한이 필요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상태를 뜻하고, D등급은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지만 사용제한까지 이르지는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즉 D등급 교량 53곳은 즉시 통행이 제한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상태가 악화될 수 있어 선제적인 보수·보강이 필요한 시설로 이해하면 된다.

이에 정부는 즉각적인 조치가 시급한 E등급 위험 교량 4곳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1억원을 즉시 지원하기로 했다. D등급 교량 53곳에 대해서도 지방정부와 협의해 보수·보강 비용을 계속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특별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상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 예방·복구 비용을 국가가 긴급 지원하는 제도다. 이번 지원을 통해 E등급 교량의 지방자치단체는 별도의 예산 확보 절차 없이 신속하게 안전조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통행 제한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 발표에서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E등급 교량 중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있는 시설은 관할 지자체가 통행 제한이나 하중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치의 핵심은 예산 미확보 상태를 해소해 보수·보강 공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데 있다.

이번 대책에는 안전점검 강화 외에도 철거공사 관련 제도 개선 내용이 함께 담겼다.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가 철거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해 정부는 발주와 설계, 시공 전 과정에 걸친 안전관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철거공사의 유사실적 평가를 강화하고 구조기술사의 확인 의무도 새롭게 도입해 향후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다층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역별 구체적인 교량 명단은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교량 안전 상태가 궁금한 주민이라면 국토교통부 시설물통합정보시스템이나 관할 지방자치단체 건설·안전 관련 부서에 문의해 해당 교량의 안전등급과 조치 계획을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앞으로도 국토교통부, 지방정부와 협력해 노후교량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체계를 유지하고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위험시설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 공공 교량 3만6444개 가운데 이번에 D·E등급으로 분류된 교량들이 신속한 보수·보강을 거쳐 안전 등급이 개선될 수 있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