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3명 가운데 2명은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수업 이해를 방해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지역이나 학교의 사례가 아니라 전국 단위 설문을 통해 확인된 결과여서,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가 교육 현장 전반의 문제로 체감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일 공개한 '학습자 친화적 어휘 교수학습 지원 방안 탐색 및 콘텐츠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일부터 21일까지 초·중학교 교사 3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5.9%가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이 수업 이해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32.6%에 달해, 두 응답을 합치면 98.5%의 교사가 어휘력 부족이 수업에 영향을 준다고 느끼고 있는 셈이다. 반면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는 초·중학교 교사 334명과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생 23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다만 이는 전국 학생 전체의 어휘력 수준을 대표하는 통계가 아니라 특정 표본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즉 이 조사만으로 국내 학생 전체의 어휘력이 일률적으로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교육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의미가 있다.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교과목을 살펴보면 사회 교과가 가장 어렵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학생들에게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과목 네 개를 순위별로 나열하게 한 뒤 점수를 매긴 결과 사회가 2.8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국어가 2.81점으로 뒤를 이었고, 과학이 2.63점, 수학이 1.82점으로 가장 낮았다. 흔히 어휘 학습이라고 하면 국어 교과를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사회 교과에서 개념어와 한자어가 많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이 더 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 어려움을 느끼는 교과가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띈다. 초등학생은 사회 교과서의 어휘를 가장 어렵게 느낀 반면, 중학생은 국어 교과서의 어휘 부담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국어 교과에 등장하는 어휘의 난이도와 추상성이 높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사들이 학생의 어휘력 부족에 대응하는 방식도 조사 대상이 됐다. 학생이 모르는 단어의 뜻을 물어볼 때 '교사가 알고 있는 뜻을 학생 수준에 맞게 직접 설명한다'는 응답이 9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생과 함께 인터넷 국어사전을 찾아본다'는 응답이 57.2%, '학생과 함께 인터넷 자료(블로그, 유튜브, 카드뉴스 등)를 찾아본다'는 응답이 27.8%로 나타났다. 반면 '학생과 함께 종이 국어사전을 찾아본다'는 응답은 4명, 1.2%에 그쳤다. 교실에서 종이 사전보다 디지털 자료가 사실상 표준적인 학습 도구로 자리 잡은 셈이다. 다만 교사들은 학생들과 함께 인터넷 국어사전을 활용할 때 원하지 않는 정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학생들이 모르는 단어를 마주쳤을 때 보이는 태도다. 초·중학생 10명 가운데 3명은 수업이나 독서 중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넘어간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는 단어의 뜻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고 방치하는 습관이 누적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휘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히 한 번의 수업 이해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학습 격차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자녀의 어휘력을 걱정하는 학부모라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 교과서를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밑줄이나 형광펜으로 표시해두고, 그 단어가 등장한 문장의 앞뒤 맥락을 통해 뜻을 유추해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문맥으로 뜻을 짐작한 뒤에는 실제 사전을 찾아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고, 그 단어를 활용해 짧은 문장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과정을 거치면 단순히 뜻을 아는 것을 넘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어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사회나 과학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한자어나 개념어는 한자의 뜻을 함께 짚어주는 것도 어휘 이해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교과서 속 어려운 어휘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콘텐츠와 교수학습 방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학교 현장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이가 낱말의 뜻을 스스로 찾아보고 활용해보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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