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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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기업공개(IPO) 상장 직후 기관투자자들의 대량 매도로 주가가 급락하는 이른바 '공모주 잔혹사'를 줄이기 위해, 공모주 일부를 장기간 팔지 않기로 약속한 기관투자자에게 미리 배정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오는 11월 13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의 입법예고 절차에 착수했다. 이는 앞서 국회를 통과한 개정 자본시장법의 시행에 맞춰 필요한 세부 위임사항을 구체화하는 절차이며, 개정안은 오는 9월 8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친 뒤 자본시장법 시행일인 11월 13일에 맞춰 시행될 예정이다.

새로 도입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상장 전에 미리 배정받는 대신, 배정받은 주식을 최소 6개월 이상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동안 국내 IPO 시장에서는 상장 직후 보호예수 기간이 짧은 기관투자자들의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반복됐는데, 장기 보유를 약속한 안정적인 기관투자자를 미리 확보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완화하려는 취지다.

다만 아무 기관이나 이 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하려면 사전수요예측 참여 자격을 갖춘 데 더해, 사전에 청약하려는 공모주 물량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이나 위탁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충분한 투자 여력을 갖춘 기관만 이 제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을 엄격하게 설정한 것으로, 소규모 기관이 무리하게 장기 보유를 약속했다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사전 배정할 수 있는 물량 상한도 시장별로 차등을 뒀다. 코스피 상장기업의 경우 개인과 자사주 등을 제외한 일반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의 최대 20%까지, 코스닥은 최대 30%까지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미리 배정할 수 있다. 다만 특정 기관 하나가 지나치게 많은 물량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개별 기관이 받을 수 있는 한도도 별도로 설정됐는데, 코스피는 10%, 코스닥은 20%로 제한된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보호예수 기간을 하나로 통일하지 않고 여러 구간으로 나눠 적용했다는 점이다. 코너스톤 투자자가 배정받은 물량 가운데 50%는 6개월, 30%는 8개월, 나머지 20%는 10개월 동안 매각할 수 없도록 규정됐다. 이렇게 보호예수 해제 시점을 6개월, 8개월, 10개월로 분산시킨 이유는 특정 시점에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려 주가에 충격을 주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즉 상장 6개월 뒤 절반의 물량이 풀리더라도 나머지 물량은 이후 순차적으로 나눠 풀리기 때문에 매도 쏠림 현상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함께 도입되는 '사전수요예측' 제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기존에는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에야 정식으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새 제도가 시행되면 증권신고서 제출 전 단계에서도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는 사전수요예측이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증권신고서에 기재되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설정하는 단계부터 실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게 돼, 공모가 산정의 합리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수요예측에 참여할 자격을 갖춘 기관은 이 사전수요예측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이번 제도 도입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릴 수 있다. 장기 투자를 약속한 기관 자금이 미리 유입되면 상장 초기 주가 안정성이 높아지고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도 급격한 주가 급락 위험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상당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기관에 한정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특정 대형 기관에 공모주 물량이 유리하게 배정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되도록 설계됐으며, 금융위원회는 입법예고 기간 시장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하위법령 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IPO에 투자하려는 개인투자자라면 상장을 앞둔 기업의 코너스톤 투자자 참여 여부와 물량, 보호예수 기간 등이 공시될 경우 이를 투자 판단의 참고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