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현직 중학교 교사가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교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려 교육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만 이는 아직 입법이 완료된 법률이 아니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에 등록된 청원 단계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이른바 '참교육법'으로 불리는 이 청원은 최근 화제를 모은 웹툰·드라마 '참교육'을 계기로 사회적 화두가 된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공개 직후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을 올린 김모 교사는 학부모 등의 부당한 간섭과 악성 민원을 차단하고, 정당한 생활지도를 정서적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번 청원을 제출했다.
청원안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에 관한 학부모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의 공식 절차를 통해서만 접수하고 처리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교사가 학부모의 직접적인 민원 압박에 그대로 노출되는 현재 구조를 바꿔, 학교 차원의 공식 창구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교사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교사의 직접 지도권 강화'다. 현행 제도에서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교실에서 분리하거나 출석을 정지시키려면 학교장 명의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청원안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교사가 직접 방과 후 최대 2시간까지 교육지도를 하거나, 하루 동안 출석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학교장 명의의 절차를 거치는 기존 방식보다 훨씬 신속하게 교사가 현장에서 문제 행동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다만 이런 권한 확대가 자의적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제시됐다. 청원안에 따르면 방과 후 지도와 출석정지 조치 모두 학부모에게 통보하고, 학교장에게 보고하며, 학생생활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설계됐다. 즉 교사 개인의 판단만으로 즉각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통보와 보고, 심의라는 세 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조치의 정당성과 절차적 안전성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청원이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절차가 남아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 등록 후 30일 안에 100명의 찬성을 얻으면 요건 검토를 거쳐 공개되고, 공개된 날로부터 다시 30일 안에 5만명의 동의를 얻어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정식 회부된다. 참교육법 청원은 지난달 31일 기준 110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로, 정식 회부를 위한 5만명 요건까지는 아직 상당한 격차가 있다.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이후에도 위원회는 회부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하며, 심사에서 타당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법안으로 이어지지 않고 폐기될 수도 있다.
이번 청원을 둘러싼 시각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교원단체들은 그동안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에도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이 모호해 정당한 생활지도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접수된 교원 아동학대 신고 1870건 가운데 90.4%가 무혐의나 불기소로 종결된 것으로 나타나, 신고 자체는 쉽지만 실제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교권 보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반면 학생에게 하루 출석정지라는 조치까지 교사 개인의 판단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생의 학습권이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올 수 있다. 특히 어떤 행위가 '수업 방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이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청원안에 담긴 3단계 절차적 안전장치가 이런 우려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원인인 김 교사는 5만명 동의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청원을 계기로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의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이 청원이 실제로 5만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될지, 그리고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 조정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