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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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법인 파산 신청이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2500건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2500건은 아직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 상반기 흐름을 토대로 한 업계의 전망치라는 점을 먼저 짚어야 한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국 14개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은 12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7% 늘어난 수치로, 2006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건수다. 올해 들어 6개월 동안 접수된 파산 신청만으로도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의 연간 신청 건수인 1069건을 이미 넘어선 셈이다. 법원별로는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이 591건으로 가장 많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 차이가 있다. 법인 파산은 회사가 회생 가능성 없이 채무를 정리하고 사업을 완전히 청산하는 절차를 뜻하며, 이는 사업자가 세무서에 폐업 신고만 하고 사업을 접는 '폐업'과는 다른 개념이다. 폐업은 사업 자체를 중단하는 행정적 신고 절차인 반면, 법인 파산은 법원의 결정을 거쳐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정리하고 법인격을 소멸시키는 사법 절차다. 파산 신청이 늘었다는 것은 단순히 문을 닫는 사업체가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 채무 정리 절차까지 필요할 만큼 재무 상태가 심각한 기업이 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법인 파산과 함께 살펴봐야 할 지표가 기업회생 신청이다. 기업회생은 파산과 달리 법원의 관리 아래 채무를 조정해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절차로, 올해 상반기 회생 신청 건수는 731건으로 전년 동기(642건) 대비 14% 늘었다. 파산과 회생 신청이 동시에 늘고 있다는 것은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광범위하게 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회생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곧바로 파산 절차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2021년과 비교하면 기업회생 신청은 717건에서 지난해 1321건으로, 파산 신청은 955건에서 지난해 2282건으로 모두 4년 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업 도산 증가의 배경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상환 능력 악화가 자리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5월 말 기준 중소기업 원화 대출 연체율은 평균 0.73%로 집계됐다. 이는 5대 은행의 합산 수치가 확인되는 202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0.50%에서 올해 4월 말 0.65%로 오른 데 이어 5월 한 달 사이에만 0.08%포인트가 추가로 뛰며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뚜렷한 온도차다. 같은 기간 반도체 등 수출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다수의 중소기업은 은행 빚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전망까지 겹치면서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경남에서 페인트 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원재료인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최대 50%까지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에 직면했고, 이로 인해 발주처들이 보수 계획을 다음 해로 미루면서 매출까지 함께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파산·회생 증가세는 업종별로도 뚜렷한 쏠림이 나타난다. 고금리와 원가 상승이 장기화하면서 유동성 위기는 특히 중소 제조업체와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공장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던 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 설비 자동화에 대한 관심이 늘며 투자를 대거 유치했지만 이후 신규 수주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부채가 2020년 3억원에서 2023년 40억원까지 불어났고, 지난해 법인회생에도 실패해 결국 올해 파산 절차를 밟게 된 사례도 있었다.

법인 파산이나 회생이 개인, 특히 대표자에게 미치는 영향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법인이 파산하더라도 법인의 채무는 원칙적으로 법인 자체의 책임으로 정리되지만, 대표자가 은행 대출 등에 연대보증을 선 경우라면 법인 파산 이후에도 그 채무에 대한 상환 책임이 대표자 개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 이 경우 대표자는 법인 파산과는 별도로 개인 회생이나 개인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개인의 신용도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에는 법인 파산 증가와 맞물려 개인 파산 신청 건수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런 양극화가 고착화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일률적인 저금리 지원보다는 실제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을 구분해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라면 파산이나 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전, 신용보증기금이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서 운영하는 경영애로 지원 프로그램, 그리고 법원의 사전회생계획안(P-플랜) 같은 신속한 회생 절차를 먼저 검토해보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