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지난 3일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음악의 저작권 등록을 정식으로 허용하는 새로운 신고·등록 기준을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그동안 AI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아왔던 방침에서, 인간의 실질적 창작 기여가 있다면 AI를 보조도구로 쓴 음악도 등록할 수 있도록 문을 연 것이 핵심이다.
음저협은 지난해 3월부터 신규 음악 저작권을 신고할 때 해당 저작물이 AI를 전혀(0%) 활용하지 않았고 인간의 창작적 기여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신고자가 직접 확인·보증하도록 하는 절차를 운영해왔다. 이 절차에 동의하지 않으면 저작물 신고 자체는 접수되지만 등록은 보류되는 방식이었다. 즉 지금까지는 AI를 조금이라도 활용했다면 원칙적으로 저작권 등록이 사실상 막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전면 금지 방침이 현실과 충돌하는 사례가 늘면서 감사원의 지적이 나왔다. 감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인공지능 대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음악저작권협회에 200곡 이상을 등록한 29명이 등록한 저작물 표본 8540곡을 AI 식별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60.9%인 5200곡이 AI를 활용해 작곡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협회는 해당 곡들에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었는지, AI 기여 비율이 얼마인지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채 저작권료를 지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I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원칙과, 실제로는 AI 활용 곡이 절반 넘게 유통되며 사용료를 받아가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감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음저협은 이번 개편을 통해 "창작자가 작사, 작곡, 편곡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한 저작물은 AI를 '창작 보조도구'로 활용한 경우라도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단순한 프롬프트 입력으로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결과물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원칙도 함께 명시했다. 결국 AI 사용 여부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물에 인간의 실질적인 창작적 개입이 있었는지가 등록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음악을 등록하려는 신청자는 AI를 활용한 영역과 사용한 도구, 구체적인 활용 방식, 그리고 자신이 직접 수행한 창작 내용까지 신고서에 명시하고 이를 확인·보증해야 한다. 이는 앞서 다른 저작권 관리단체에서 논의됐던 AI 활용 단계별 구분과도 맞닿아 있다.
예컨대 AI로 단순히 잡음을 제거하거나 가사 아이디어를 얻는 수준의 '보조적 활용'이나, AI가 만든 멜로디를 사람이 직접 수정해 완성하는 '부분적 결합' 단계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사람이 명령어만 입력해 결과물을 그대로 뽑아내는 '100% AI 생성' 단계는 등록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신고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 제재가 뒤따른다. AI 활용 사실을 숨기거나 허위로 신고한 경우가 적발되면 저작권료 지급이 보류되거나 이미 지급된 금액을 반환해야 할 수 있다. 또한 등록 사실만으로 저작권법상 보호 여부나 최종적인 권리관계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등록 이후 음저협의 내부 심의를 거쳐 해당 곡에 대한 실제 저작권료 지급 여부가 별도로 결정된다.
이번 조치는 등록 기준을 현실에 맞게 다듬은 것이지만, 저작권법 자체의 큰 틀은 바뀌지 않았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어, AI가 독자적으로 만든 결과물은 여전히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23년 발표한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에서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있는 경우에만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작곡 AI '이봄(EVOM)'이 만든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가수 홍진영의 곡 등에 대해서는 음저협이 저작권료 지급을 이미 중단한 사례도 있다.
문제는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신고자의 자기 보증에 의존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다. AI 활용 여부를 사후에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추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신고 내용의 진위를 협회가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기준 완화가 오히려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창작물의 등록을 늘려 관리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12개 저작권 신탁관리단체 가운데 이번에 기준을 새로 마련한 음저협을 제외한 대다수 단체는 아직 AI 생산물에 대한 별도의 저작권 인정 기준 없이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다른 분야의 저작권 관리단체로도 유사한 기준 마련 논의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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