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반면 이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두 달 만에 37억원에 가까운 운용보수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인버스 2종 포함)는 상장일인 5월 27일부터 7월 23일까지 평균 –39.4%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상장 후 50여일이 지나는 동안 손실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불어난 셈이다.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일수록 손실도 컸다. 개인이 4조8400억원어치 순매수한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4.1%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3조3700억원어치가 몰린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44.7%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 관련 상품인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TIGER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도 각각 –35.6%, –36.2%를 나타냈다. 이 네 종목에 개인 순매수 자금의 96%(13조원)가 몰렸다.
문제는 이 손실률이 단순히 주가 하락률의 정확히 2배가 아니라는 데 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주가는 14.5% 떨어졌는데, 단순 2배를 적용하면 이론상 손실률은 29%여야 한다. 하지만 실제 ETF 손실은 44%를 넘어 이론치보다 15%포인트나 더 컸다.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레버리지 ETF가 '일일 수익률'만 정확히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여러 날에 걸친 누적 수익률로 보면 기초자산의 정확한 2배와는 점점 벌어지게 된다.
간단한 숫자로 확인해보면 이렇다. 어떤 주식이 하루 10% 올랐다가 다음 날 9.09% 내리면 이틀 뒤 원래 가격으로 정확히 돌아온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이라면 첫날 20% 올라 120이 됐다가, 둘째 날 18.18%(9.09%×2) 내려 98.18로 마감한다. 기초자산은 손실이 '0'인데, 레버리지 상품은 '–1.8%' 손실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차이를 업계에서는 '음(陰)의 복리 효과' 또는 '변동성 손실'이라고 부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이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일중변동률은 각각 8.4%, 6.9%로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는데, 급등락이 반복될수록 이 효과는 극대화된다. '한국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지금처럼 변동성이 크면 매일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라며 "시간이 흘러 기초주가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손실이 커지는 동안 운용사들의 수수료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27일부터 7월 28일까지 두 달간 16종 상품에서 발생한 운용보수는 총 36억6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두 상품이 30억2900만원으로 전체의 83%를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운용보수율은 연 0.27%로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운용자산(AUM) 규모를 기준으로 연간 수수료를 환산하면 액수는 더 커진다. 업계에 따르면 7월 23일 기준 16종 상품의 AUM은 10조8130억원으로, 이를 연간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203억원의 운용보수가 발생하는 구조다. AUM이 17조6000억원까지 불었던 6월 25일을 기준으로 하면 연간 운용보수는 약 3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증권사 역시 거래 수수료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5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증권사 매매 수수료가 많게는 10조원으로 추산된다"고 우려를 전했고, 이에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상장 후 매매 수수료 수익은 500억원 수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조치를 앞당겨 시행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8월로 예정했던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7월 31일로 앞당겨, 투자자가 현금 3000만원(기존 1000만원)을 예치해야만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인정되던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은 더 이상 예탁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매매단위를 1주에서 20주로 확대하는 조치는 오는 11월 시행될 예정이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