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지난해 정부가 시행한 대규모 '신용사면' 수혜자 중 5명 중 1명 이상이 올해 다시 연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점수가 회복돼도 실제 빚을 감당할 능력이 회복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회복 지원(신용사면) 수혜자 292만8000명 가운데 올해 상반기(1~6월) 신규 연체가 발생한 사람은 64만8000명으로, 전체의 22.2%에 달했다. 이 중 60만5000명(23.5%)은 상반기에만 새롭게 연체 기록이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사면은 빚을 갚아야 할 의무 자체를 없애주는 제도가 아니다. 정확히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과거의 연체 기록을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5000만원 이하의 빚을 연체했다가 지난해 말까지 전액 상환한 개인·개인사업자 292만8000명(개인 257만2000명, 개인사업자 35만6000명)의 연체 이력을 신용평가에서 지워줬다.
통상 연체를 모두 갚아도 최장 5년간 연체 기록이 남아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에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이번 신용사면 대상자는 빚을 완납했다는 이유로 이런 제약 없이 즉시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회복 이후 다시 빚을 못 갚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3개월간 집계된 신규 연체자는 16만9000명(6.5%)이었는데, 이 수치는 상반기 전체로 확대되면서 64만8000명까지 크게 늘었다. 재연체율은 개인(17.7%)이 개인사업자(7.6%)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재연체는 신용평가에 곧바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신용사면으로 지워졌던 이력과는 별개로, 새로운 연체가 발생하면 이 정보가 다시 신용평가사에 등록되고 신용점수가 하락한다. 연체 기간이 길어지면 과거와 마찬가지로 카드 발급 제한이나 대출 심사 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신용사면을 다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다만 신용사면은 정권마다 별도의 정책 판단에 따라 시행 여부와 대상 범위가 결정되는 만큼, 매번 새로운 조건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4년 신용사면 수혜자 중 최소 117만명이 지난해 신용사면에도 중복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 '반복 수혜' 문제가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연체가 다시 발생하기 전, 채무조정 제도를 먼저 활용하는 방안을 권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는 채무조정 제도는 연체 정도에 따라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연체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거나 연체 30일 이하인 경우에는 '신속채무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 이자율의 30~50%만 적용받으며, 최근 6개월 내 5일 이상 연체가 3회 이상 발생한 저신용자도 신청 대상에 포함된다.
연체가 31일에서 89일 사이로 접어들었다면 '프리워크아웃'이 해당한다. 이자율을 연 3.25~8%로 낮춰주지만 원금 감면은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1년간 누적 연체일수가 30일 이상이면서 연소득 4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도 신청할 수 있다.
연체가 90일 이상 지속된 경우에는 '개인워크아웃'을 검토해야 한다. 이자와 연체이자가 전액 면제되고, 금융기관이 손실 처리한 상각채권은 최대 70%(취약계층은 최대 90%)까지 원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공공정보에 등록돼 신용회복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세 제도 모두 총 채무액이 15억원(무담보 5억원, 담보 10억원) 이하여야 신청할 수 있으며,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의 채무만 대상이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연체가 시작되거나 장기화되기 전 단계에서 빠르게 대응해야 신용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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