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때마다 보호자가 매번 질환 특성을 설명해야 했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국내 최초로 '희귀질환 어린이 식사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윌슨병, 크론병, 중증근무력증, 모야모야병 등 총 29종의 희귀질환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식약처는 전국 급식관리지원센터의 지원을 받는 3만3000여개 어린이 급식시설을 전수조사해, 시설을 이용하는 희귀질환 어린이의 질환 현황을 먼저 파악한 뒤 대상 질환을 선정했다.
지침에 담긴 핵심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다. 희귀질환별 주요 특징과 증상, 질환별로 제한해야 할 식품과 대체 가능한 식품, 제품 표시사항·성분표를 확인하는 등 식재료 선택 시 유의사항, 식습관 관리와 급식환경 조성 방법, 영양사·조리원 등 급식 관계자별 역할과 주의사항이 순서대로 정리됐다.
예를 들어 구리 대사에 문제가 생기는 윌슨병 어린이는 구리 함량이 높은 특정 식품을 제한해야 하고, 장에 염증이 반복되는 크론병 어린이는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이나 자극적인 식품을 피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침에는 이런 질환별 특성에 맞춰 구체적으로 어떤 식품을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안내된다.
이 지침은 기존의 '어린이 급식관리지침서'에 포함된 식품 알레르기 관리 방식과는 별개로 새롭게 신설됐다. 알레르기 질환은 특정 식품에 대한 즉각적인 면역 반응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진 반면, 희귀질환 식단관리는 질환별로 장기적인 영양 균형과 대사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그동안 보호자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급식 담당자에게 질환 특성을 직접 설명해야 했던 부담이 있었다"며 "이번 지침이 보다 안전한 급식환경을 조성하는 국가 차원의 첫 표준 관리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자가 자녀의 희귀질환 급식 관리를 신청하려면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진단서, 소견서 등 의료정보를 제출해 질환을 확인받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후 급식시설 소속 영양사가 지침을 참고해 개별 식단 관리 계획을 세우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이번 지침을 전국 238개 시·군·구 급식관리지원센터에 배포해 센터 소속 영양사들이 위생·영양 관리 업무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 등 관계 부처와도 공유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다양한 현장에서 폭넓게 쓰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침은 식약처와 식생활안전관리원 홈페이지에도 게시된다. 이에 따라 보호자와 교직원, 급식 관계자라면 누구나 별도의 절차 없이 지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대책은 대상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롱테일 성격의 정책이라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30일 경기 평택시급식관리지원센터를 방문해 희귀질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손씻기 교육을 함께 진행하며 식중독 예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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