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정부가 전국 보건소부터 공공병원까지 인공지능(AI) 의료 지원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2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AI가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도구로 도입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도입하는 AI는 진단을 대신하는 'AI 의사'가 아니라, 의료진의 판독과 기록 업무를 돕는 지원 도구로 설계됐다.
가장 먼저 확대되는 것은 '일차의료 AI 지원 도구(패키지)'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국 보건소·보건지소와 의료취약지 일차의료기관에 이 패키지를 도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엑스레이 등 영상판독을 보조하고, 음성 기반으로 진료 기록을 자동 생성하며, 환자의 만성질환 관리와 급성기 악화 예측 등을 지원하는 기능이 포함된다.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비대면 협진도 도입된다. 방문간호사가 환자를 찾아가고 원격지 의사가 화면으로 진료에 참여하는 '재택협진' 방식이 추진되는데, 이는 섬·산간 지역처럼 의사를 직접 만나기 어려운 곳을 우선 대상으로 한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을 때 환자 상태와 병원별 수용 능력을 실시간으로 고려해 적정 병원을 추천하는 '응급이송 통합 AI 플랫폼'이 대구에서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곳을 전전하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공공병원의 AI 도입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업도 함께 추진된다. 재정 여건상 자체적으로 AI를 도입하기 어려웠던 지역 공공병원을 위해, 국가 GPU 기반의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를 구축해 전국 책임의료기관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사업의 확대 일정은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됐다. 올해 하반기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 9곳에서 시범 개통을 시작하고, 2027년에는 30개소, 2029년에는 전체 72개 책임의료기관으로 순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이 완성되면 영상판독, 의무기록 작성, 환자 의뢰·회송 요약, 의학지식 제공 등을 지역 공공병원에서도 자체 도입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국민 AI 건강비서' 구상도 이번 전략에 담겼다. 진료기록과 CT·MRI 영상을 병원 간에 공유하고, 처방전이나 검진결과를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이 서비스가 정확히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제공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이번 전략에서 상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와 관련된 세부 인프라 구축 일정은 앞서 지난달 31일 복지부가 별도로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에서 일부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병원을 옮길 때 CT·MRI를 다시 찍지 않아도 되도록, 오는 12월부터 의료기관이 AI를 활용해 환자의 기존 촬영 이력을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서비스가 시작된다. 이어 2027년 상반기에는 환자가 스마트폰 QR코드로 원하는 병원에 직접 영상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영상정보 공유시스템(가칭)'이 구축될 예정이다.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의료정보 활용 정책을 심의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심의위원회'를 신설하고, 데이터 이용 제한과 유출 방지 체계를 규정하는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대책 발표는 일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오늘의 논의가 국민 일상생활의 변화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추진해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