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박보영 기자]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만성질환자는 단순히 더위를 견디는 것보다 잘못된 약 복용과 탈수로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전문의의 조언이 나왔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의학채널 비온뒤'에 출연해 "폭염은 단순히 더운 날씨가 아니라 만성질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건강 재난"이라고 강조했다.
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약의 작용 원리에 있다. 혈압약 가운데 ACE억제제나 ARB 계열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폭염 속에서 땀을 많이 흘려 몸속 수분이 부족한 상태와 겹치면 혈압이 필요 이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뇨제 역시 소변량을 늘려 혈압을 조절하는 약이라, 무더위로 인한 탈수와 함께 작용하면 전해질 불균형과 저혈압 위험이 커진다.
혈압이 여름철에 낮게 측정됐다고 해서 약을 스스로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조비룡 교수는 폭염이 본격화되기 전 담당 의료진과 미리 상담해 계절에 맞는 약물 조절 계획을 세워두고, 여름철에는 혈압과 혈당, 체중, 소변량과 소변 색까지 평소보다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혈압약 외에 주의가 필요한 약도 여러 가지다. 소변으로 당을 배출시켜 탈수를 유발할 수 있는 일부 당뇨병 치료제, 체온 조절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우울제, 혈관을 확장시키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도 폭염기에는 복용에 더 신경 써야 한다. 다만 약마다 작용 원리와 위험도가 다르므로,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기보다는 의료진과 상담해 복용량이나 복용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름철에는 약 보관 방법도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상온(15~25도) 또는 실온(1~30도) 기준으로 보관해야 하는데, 냉방이 없는 실내 온도는 여름철 이 기준을 쉽게 넘어선다. 직사광선이 드는 창가나 밀폐된 차량 내부는 온도가 크게 오를 수 있어 약을 두는 곳으로 적합하지 않다. 정제나 캡슐의 색, 냄새, 형태가 평소와 달라졌거나 가루약이 굳거나 변색됐다면 복용을 피하고 약국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조비룡 교수는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물을 자주 마시고, 실내 온도는 26~28도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폭염 경보가 내려졌을 때는 냉방병을 걱정하기보다 온열질환 예방이 더 중요하다"며 "에어컨 사용을 무리하게 참기보다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만성질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0개의 댓글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