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사진=AI 생성 이미지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시청이나 대학, 교도소 직원을 사칭해 무전기나 소화포 같은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하는 신종 사기가 소상공인을 상대로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7일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 6월 30일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제도를 시행한 이후 한 달여간의 현황을 공개했다.

FIU에 따르면 제도 시행일부터 8월 4일까지 신종피싱으로 신고돼 금융회사가 임시조치한 계좌는 총 4935건이었다. 이 가운데 3750건은 특정금융정보법상 강화된 고객확인 대상으로 분류돼 실제 거래정지 처리됐다. 나머지 계좌는 FIU가 추가로 거래정지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유형별로 보면 연애 관계를 빙자한 로맨스스캠이 1527건으로 전체의 약 4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른바 노쇼사기로 불리는 대리구매 사기가 1376건으로 약 37%, 단체채팅방 등을 이용한 팀미션 사기가 847건으로 약 22%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에 특히 주목받은 유형은 대리구매 사기다. 과거에는 음식점 예약을 잡은 뒤 와인을 대신 사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공기관 사칭 형태로 정교해졌다는 것이 FIU의 설명이다. 시청·학교·교도소 직원 등을 사칭해 위조한 공무원증, 명함, 공문까지 제시하면서 대규모 납품계약을 미끼로 접근하는 방식이 확인됐다.

구체적인 수법은 이렇다. 가해자는 먼저 휴대전화로 연락해 공무원증과 공문을 보내며 신뢰를 쌓는다. 이어 큰 규모의 납품계약을 약속하면서, 피해자가 평소 취급하지 않는 무전기나 질식소화포, 세균측정기 등을 특정 판매처에서 먼저 구매해달라고 요구한다. 대금은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그대로 편취하는 방식이다.

FIU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특정 업체를 지정해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며 "공공기관을 사칭한 대리구매 요청은 100% 사기로 보고 즉시 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다면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응 방법으로 꼽힌다.

이미 대금을 송금한 경우라도 대응 방법이 있다. 피해 사실을 인지한 즉시 경찰이나 금융회사에 신고하면 해당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FIU는 이번 거래정지제도를 통해 피해 신고가 들어온 계좌를 신속하게 임시조치함으로써 추가 피해와 자금 인출을 막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추진해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의 법적 근거를 더 명확히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맨스스캠과 팀미션 사기 등 다른 유형의 신종피싱도 함께 늘고 있어, 금융회사와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 간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제시됐다.

온라인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서는 "공문까지 보내와서 진짜인 줄 알았다"는 반응과 함께, "큰 계약을 미끼로 내가 다루지 않는 물건을 사달라고 하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올라오고 있다. 공무원증이나 공문을 받았더라도 특정 업체에서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계약 규모와 무관하게 사기 가능성을 우선 의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