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김정훈 기자]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동시에 사칭하며 피해자를 모텔에 감금하듯 몰아넣고 나체 사진까지 촬영하게 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68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67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12일 범죄단체활동,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조직원 11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중국인 총책을 중심으로 태국 방콕에 콜센터 사무실과 숙소를 마련하고, 한국인 공동 총책과 하부 조직원을 끌어들여 한국인 20명과 중국인 4명 등 총 24명 규모의 범죄단체를 결성했다. 조직은 역할에 따라 1선 수사관, 2선 검사, 3선 금감원 직원으로 철저히 분업화돼 있었다.
범행은 3단계로 진행됐다. 1선 조직원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검찰 수사관을 사칭하며 "자금세탁 범죄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피해자를 속인 뒤,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위조된 범죄자금 단속 통보서와 구속영장을 보여주며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심어줬다.
2선 조직원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를 사칭해 등장했다. 이들은 "약식 조사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를 모텔로 불러낸 뒤 위조된 보호관찰서와 신체검사서를 전송했다. 이어 "구속 전 임시 보호관찰 절차"라고 속이며 피해자에게 옷을 모두 벗게 하고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전송하도록 강요했다.
마지막으로 3선 조직원이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접근했다. 이들은 "형사처벌을 피하려면 공탁금을 걸어야 한다"고 속여 금융감독원 명목의 계좌로 돈을 이체하도록 유도했다. 총책은 조직원들의 실적에 따라 승진시키며 편취금의 4%(1선), 10%(2선), 13%(3선)를 수당으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운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나 금융감독원 등 어떠한 국가기관도 모텔에서 신체수색을 하거나 사건 해결 명목으로 공탁금을 이체받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를 받으면 절대 응하지 말고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검찰이나 경찰, 금융감독원은 전화나 메신저로 계좌 이체나 공탁금 납부를 요구하지 않는다. 수사기관 직원이 영상통화나 메신저로 신분증이나 공문을 보내며 신뢰를 얻으려는 시도 자체가 사기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꼽힌다.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다면 전화를 끊고 대검찰청(02-3480-2000), 경찰청(112), 금융감독원(1332) 등 공식 대표번호로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미 돈을 송금한 경우라면 즉시 해당 은행 콜센터나 경찰(112), 금융감독원(1332)에 연락해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지급정지 이후에는 경찰서를 방문해 피해 신고를 하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금융회사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악성 앱을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면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뒤 공장 초기화하는 것이 안전하다.
신체 사진을 전송한 뒤 추가로 협박을 받는 경우에는 절대 추가 금전을 지급하지 말고 즉시 경찰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해야 한다. 촬영물 유포 협박은 이 자체로 별도의 범죄에 해당하며, 신고 시점이 늦어질수록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검사와 금감원 직원까지 번갈아 나오는 치밀한 구조에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반응과 함께, "신체 사진까지 요구하는 수법은 처음 본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관을 사칭하며 공탁금이나 안전계좌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연락은 예외 없이 사기로 간주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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