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리포인트=최승진 기자] 홈카페 문화가 확산되면서 커피그라인더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제품마다 분쇄 성능과 원두 잔류량 차이가 커 구매 전 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13일 시중에 판매되는 커피그라인더 8개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시험·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시험 대상은 드롱기 'KG520.M', 브레빌 'BCG600', 쿠쿠전자 'CCG-ACJ2510S', 하리오 'EVCN-8B-KEX' 등 원뿔 맷돌형 4개와 브라운 'KG7070', 페이마 '601NProMattBlack', 코맥 'CG-1501PB', 딜리코 'CRM9015' 등 평탄 맷돌형 4개다. 소비자 보유율과 선호도가 높은 40만원 미만 제품 중에서 선정됐으며, 구입가격은 지난 1월 온라인 구입가 기준 4만5000원부터 33만원까지였다.
가장 큰 차이가 확인된 항목은 분쇄범위였다. 분쇄 가능한 가장 작은 입자부터 가장 큰 입자까지의 범위를 측정한 결과 하리오 제품이 79~2614㎛로 가장 넓었고, 브라운 제품은 428~1388㎛로 가장 좁았다. 일반적으로 커피가루 입자가 600㎛ 이하이면 에스프레소, 500~1200㎛는 핸드드립, 1000㎛ 이상은 콜드브루 추출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코맥 제품은 가장 미세하게 분쇄해도 입자 크기가 1103㎛로 나타나 에스프레소 추출에 권장되는 600㎛ 이하보다 굵었다. 즉 이 제품은 에스프레소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핸드드립이나 콜드브루 쪽에 가깝다는 뜻이다. 반대로 분쇄범위가 넓은 제품일수록 에스프레소부터 핸드드립까지 여러 추출 방식을 하나의 기기로 소화할 수 있다.
중간 분쇄단계로 핸드드립 커피를 추출했을 때 농도에서도 제품별 차이가 뚜렷했다. 코맥 제품은 커피농도 1.1%로 가장 연했고, 페이마 제품은 1.4%로 보통 수준이었다. 반면 하리오(1.7%), 드롱기(1.8%), 쿠쿠전자·브라운(각 1.9%), 브레빌·딜리코(각 2.0%) 등 나머지 6개 제품은 진하게 추출됐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는 커피 농도가 1.2% 미만이면 연함, 1.2~1.5%면 보통, 1.5% 이상이면 진한 것으로 분류한다.
분쇄 후 기기 내부에 남는 커피가루 비율도 제품 간 편차가 컸다. 원두 20g을 가장 미세한 단계로 분쇄했을 때 딜리코 제품은 20%가 그대로 기기 안에 남았고, 페이마도 19%, 브레빌도 16%를 기록했다. 반면 코맥 제품은 1%에 그쳐 가장 적었고, 드롱기·쿠쿠전자는 각 3%, 브라운은 4%, 하리오는 8% 수준이었다. 다만 중간 분쇄단계에서는 모든 제품의 잔류량이 4% 이하로 줄어들었다.
분쇄에 걸리는 시간과 소음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원두 20g을 가장 굵게 분쇄할 때 드롱기 제품은 8초가 걸린 반면 브라운 제품은 33초가 소요돼 최대 4.1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미세한 단계에서는 코맥이 17초, 하리오가 60초로 최대 3.5배 차이가 났다. 소음은 77~83dB 범위로, 무선청소기 작동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쿠쿠전자 제품이 77dB로 가장 조용했고 하리오 제품이 83dB로 가장 컸다.
소비자원은 이번 시험 과정에서 일부 제품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브라운 제품은 갈리지 않은 원두 일부가 튀는 현상이 나타났고, 코맥 제품은 고속회전 중 투입구 덮개 고정력이 약해져 작동이 멈출 가능성이 확인됐다. 페이마와 딜리코 제품은 덮개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권고됐다. 해당 사업자들은 소비자원에 품질 개선 계획을 회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감전 위험 등 전기적 안전성, 화강암 부스러기가 섞인 원두를 투입했을 때의 이상운전 여부, KC 인증 등 법정 표시사항은 시험 대상 8개 제품 모두 관련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소비량은 중간 분쇄단계 기준 브레빌이 63W로 가장 낮고 딜리코가 165W로 가장 높았지만, 1회 작동시간이 1분 이내로 짧아 실제 전기요금 차이는 1회 기준 1원 미만에 불과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커피그라인더를 구입할 때는 평소 선호하는 커피 추출 방식에 맞는 분쇄범위를 제공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소비자라면 미세 분쇄가 가능한 제품을, 핸드드립이나 콜드브루를 선호한다면 상대적으로 굵은 분쇄가 가능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사용 시에는 제조사가 권장하는 연속 작동시간을 지켜 모터 과열을 막고, 청소할 때는 본체 전원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도 함께 나왔다.
홈카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같은 원두인데 그라인더에 따라 맛이 이렇게 달라지는지 몰랐다"는 반응과 함께, "잔류량 차이가 20배까지 난다니 세척 습관이 있는 사람은 신경 써야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라인더를 고를 때는 가격이나 디자인보다 자신이 주로 마시는 커피 추출 방식에 맞는 분쇄범위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실질적인 선택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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