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하는 연구진
사진=AI 생성 이미지

[다이어리포인트=엄주용 기자] 정부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휴머노이드 생태계에 2조 3000억 원을 투입한다.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국산 로봇을 늘리고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현재 45% 수준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로봇 기업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 소프트웨어 기업에도 사업 전환과 실증 기회가 넓어질 전망이다.

기획예산처가 공개한 제2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내용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생태계 육성을 위한 재정투자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 재정은 2027년 6000억 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총 2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민간 매칭투자까지 포함한 전체 규모는 2조 7000억 원으로 제시됐다.

투자는 기술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수요가 있는 현장과 연결된다. 정부는 제조와 물류처럼 작업 조건이 비교적 일정한 분야에서 먼저 로봇을 검증한 뒤 실외 작업과 비정형 환경, 집안일과 돌봄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2030년까지 10대 업종별 특화 휴머노이드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이 핵심 목표다.

정부가 초기 구매자가 되는 방안도 포함됐다. 2027년 국산 휴머노이드 250대를 구매하고 2030년까지 누적 1080대를 대학과 국책연구기관 등에 보급한다. 단순 전시용 구매가 아니라 연구과제를 함께 부과해 실제 활용 과정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한다는 구상이다.

4족 보행 로봇 등 비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포함하면 정부 구매 규모는 2027년 약 1700대, 2030년까지 약 5000대로 늘어난다. 초기 시장이 부족해 양산과 실증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에는 납품 실적과 현장 데이터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구매 수량만 늘리는 것보다 반복 운용에서 확인된 고장률과 유지비, 작업 생산성을 투명하게 평가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핵심부품 국산화는 감속기와 구동기, 센서, 로봇용 반도체 등 공급망 경쟁력과 직결된다. 정부는 전동화 전환으로 일감이 줄어드는 자동차 부품기업이 로봇 부품 분야로 전환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 정밀가공과 품질관리 역량을 로봇 산업에 연결할 수 있는지가 정책 성과를 가를 요소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현장의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경량 모델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정밀 조작하는 범용 모델을 함께 추진한다. 로봇의 두뇌와 몸체, 반도체를 잇는 휴머노이드 운영체제도 2031년까지 국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제조 현장의 데이터를 범정부 통합 라이브러리에 모으고 기업이 보안 환경에서 학습에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별도 피지컬 AI 실증에는 2027년 7000억 원을 포함해 2030년까지 2조 8000억 원이 투입된다. 자율제조, 중소제조, 농업, 건설, 물류, 항만, 돌봄, 국방 등 8대 분야가 대상이다. 각 분야는 작업 환경과 안전 기준이 달라 같은 로봇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현장별 데이터와 장비 인증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인력 양성 목표는 2030년까지 약 2만 명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지식뿐 아니라 산업 현장을 이해하는 인력을 키우고 지역 거점대학을 통해 연간 약 3000명의 실무인력을 배출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사업 공고가 나오기 전에 부품 전환 가능성, 실증 장소, 데이터 확보 계획과 안전 책임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계획의 성패는 투자액 자체보다 국산 부품이 반복적인 산업 작업을 견디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 정부 구매와 현장 실증에서 확보한 성능 자료가 민간 수요로 연결되고 중소 부품기업의 매출로 이어질 때 휴머노이드 투자가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을 만들 수 있다.